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장녀 매디슨 황 엔비디아 옴니버스·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이사가 한국 방문을 하루 앞두고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공식적으로는 가족 관련 사유가 제시됐지만, 젠슨 황 CEO를 둘러싼 중국 정보기관 연루 의혹이 잇따라 보도된 시점과 맞물리면서 취소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정부와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매디슨 황 수석이사는 당초 8일 한국에 입국해 9~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엔비디아 AI 데이 서울 2026'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방한 기간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과의 면담도 계획돼 있었지만, 일정이 취소되면서 관련 협의도 무산됐다.
취소 사유는 가족 관련 문제로 전해졌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특히 이번 결정이 최근 미국 언론을 통해 제기된 젠슨 황 CEO와 중국 정보기관의 연계 의혹 보도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두 사안의 연관성을 둘러싼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방한 취소와 해당 의혹 사이의 직접적인 관련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자들이 젠슨 황 CEO와 싱가포르 데이터센터 기업 메가스피드의 임원 출신 앨리스 황(중국명 황러)이 연인 관계였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앨리스 황이 중국의 핵심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MSS)에 포섭됐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으며, 중국 측이 그를 통해 엔비디아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중국 공급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도 미국 정보당국이 앨리스 황의 중국 정보기관 연계 가능성을 조사했다고 보도했다. 관련 첩보는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하원 외교위원장과 중국특위 위원장, 정보위원장도 지난 4일 젠슨 황 CEO에게 서한을 보내 관련 사안에 대한 비공개 브리핑을 요구했다.
엔비디아는 젠슨 황 CEO와 앨리스 황의 관계 및 미국 정부의 관련 메모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다만 젠슨 황 CEO가 매년 수천 명의 고객사 임원들과 만난다며 앨리스 황과의 접촉 역시 통상적인 업무 활동의 일부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까지 젠슨 황 CEO가 앨리스 황의 정보 활동을 인지하거나 관여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매디슨 황의 갑작스러운 방한 취소는 엔비디아와 한국 기업들의 협력 확대 측면에서도 주목된다. 그는 올해 4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전자, 현대자동차, 두산로보틱스 등 국내 주요 기업들과 만나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분야의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8월에는 LG전자 양재 연구개발 캠퍼스를 방문해 로봇 데이터팩토리 구축 현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이번 방한에서도 국내 기업 및 정부와의 후속 협력 논의가 예상됐다. 엔비디아가 AI 반도체를 넘어 로봇과 산업 자동화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은 전략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매디슨 황의 불참에도 엔비디아 AI 데이 서울 2026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방한 취소의 구체적인 배경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최근 불거진 젠슨 황 CEO 관련 의혹과 이번 결정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둘러싼 관심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