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반도체주가 급락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대거 사들인 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직격탄을 맞았다. 반도체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SOXL은 하루 만에 40% 가까이 폭락했다. 나스닥100지수의 3배 수익률을 추종하는 TQQQ도 20% 가까이 하락하면서 기술주 반등에 베팅했던 서학개미들의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전 거래일보다 12.2% 하락한 9011.14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낙폭으로는 2020년 3월 이후 약 6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종가 기준으로도 약 7개월 만의 최저치다.
충격은 레버리지 ETF에 집중됐다. SOXL은 이날 38.71% 급락한 40.87달러에 마감했다. 거래량은 5억4912만주로 전날보다 122.3% 증가했다. 가격 급락과 함께 거래량까지 급증하면서 투자자들의 매매가 크게 몰렸다. 다만 다음 날인 6일에는 12% 넘게 반등했다.
나스닥100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TQQQ도 18.92% 떨어진 50.4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거래량은 2억3069만주로 전날보다 104.2% 늘었다. 반도체 업종을 넘어 기술주 전반으로 매도 압력이 확산된 것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SOXL 선호는 앞선 매수 규모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내 투자자의 SOXL 순매수액은 29억6785만달러로 해외 주식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스페이스X의 순매수액 4억6807만달러보다 6배 이상 많았다. TQQQ 역시 2억2114만달러가 순매수돼 6위에 올랐다.
문제는 레버리지 ETF의 수익 구조다. SOXL과 TQQQ는 각각 반도체지수와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됐다. 기초지수가 하루 1% 하락하면 이론적으로 약 3%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특히 여러 날 보유할 경우 기초지수 누적 수익률의 정확히 3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매일 목표 배율을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복리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시장이 반복적으로 오르내리는 변동성 장세에서는 기초지수가 제자리로 돌아오더라도 레버리지 ETF의 손실이 누적될 수 있다.
반도체주 급락의 배경에는 인공지능(AI) 산업을 둘러싼 정책 불확실성과 기술주 차익실현 압력이 자리 잡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5일 미국 중간선거 이후 민주당의 의회 장악으로 데이터센터 건설과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반영됐다고 보도했다.
AI 반도체의 중장기 수요 성장 기대와 단기 주가 흐름은 별개라는 점도 드러났다. 산업 성장 전망이 유지되더라도 정책 변화와 투자심리 위축에 따라 관련 주식과 레버리지 상품의 가격은 단기간에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시장에서는 레버리지 ETF 투자 시 기초자산의 방향뿐 아니라 변동성과 보유 기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승장에서 수익을 확대하는 구조인 만큼 하락장에서는 손실 역시 빠르게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