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학교폭력 연관성 알아봤더니...

"몰입되는 사람 있지만 통계도 연구도 부족"

“게임과 학교폭력의 인과관계는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으며, 게임이 청소년문화의 일부가 된 만큼 통합적·균형적 연구가 필요합니다.”

게임을 향한 `마녀사냥`식 접근에서 벗어난 `상생`을 위한 새로운 논의가 시작됐다.

대구 학생 자살 사건으로 학교폭력과 게임의 연관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셧다운제`에 이어 `쿨링오프제` 등 잇단 규제 입법 움직임에 이어 게임의 영향력을 둘러싼 논의도 구체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게임이 청소년의 주요한 미디어로 성장한만큼 사회 전반의 인식전환 및 장기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게임산업도 사회적 주체로 성장한만큼 책임있는 대응을 기대했다.

15일 게임문화재단(이사장 김종민)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청소년과 게임문화 심포지엄에서는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학교폭력과 게임의 연관성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먼저 학계는 게임과 학교폭력의 연관성을 증명할만한 연구가 부족하고 지나치게 부정적이라고 바라봤다. 최태영 대구 카톨릭대병원 의대 교수는 20년 전 신문보도를 인용하며 온라인 게임이 대중화되기 이전에도 `일진` `왕따` 등 학교폭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인기 컴퓨터 게임은 전체적으로 공격적 특성을 띄며, 게임이 공격성의 분출을 허용하거나 강화하는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게임을 통해 좌절을 인내하고 통제력, 성취감을 경험할 수도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부정적 효과와 긍정적 측면이 모두 있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폭력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대표적 연구사례들도 방법론적인 결함이 있을뿐 아니라 통계적 힘이 부족하다”고 정리했다.

송종길 경기대학교 언론미디어학과 교수도 게임에 대한 미디어 보도 양상을 분석하면서 중독과 폭력행동을 직접 연결 짓는 실험연구의 한계와 일반화의 위험을 지적했다. 또 총 1158건의 일간지 기사 중 71%인 817건이 역기능를 다루는 등 부정적 보도가 지나치다고 바라봤다.

토론에 참여한 청소년전문가들도 일방적 게임규제보다 청소년문화에 대한 근본적 인식 전환 및 교육, 상담이 더 중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이는 게임이 대표적 여가문화가 된만큼 단편적 처방이나 규제는 효과가 낮다는 것. 청소년폭력예방재단, Wee센터 게임과몰입전문상담사 등도 일괄적 사전 차단보다는 게임 리터러시 교육 등 인터넷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승호 연세대 교육대학원 특임교수는 “학생들의 폭력에 대한 태도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폭력문화가 어떻게 활성화됐는 지에 대한 심도깊은 연구가 부족하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유형우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소장도 “게임사 역시 게임의 폭력성을 강조하는 게임보다 순기능을 부각시킬 수 있는 게임을 더 많이 개발하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원희룡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게임이 문제가 없다거나 산업이 잘해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학교폭력은 우리사회의 자화상이자 공교육의 실패이지 게임산업을 희생양 삼는 식의 `곤장치기`식 규제는 잘못된 접근”이라고 일침을 놨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