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어디까지왔나]도입률 60%…정부vs노조 입장차 `극명`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어디까지왔나]도입률 60%…정부vs노조 입장차 `극명`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어디까지왔나]도입률 60%…정부vs노조 입장차 `극명`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두고 정부와 대상 기관 노조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기한 내에 도입하지 않으면 인건비 동결 등 강도 높은 패널티를 부과할 방침이다. 노조는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이 공공성을 해치고 `줄 세우기` 문화를 조장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120개 대상 기관의 60%(72개)가 도입을 결정했다. 정부 목표대로 기한 내 100% 달성이 가능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정부 “임금, 성과만큼 줘서 생산성 높여야”

기획재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꼽는 `공공기관 정상화` 목표는 공공기관의 효율성, 투명성, 생산성 제고다. 주요 수단은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봉제`다. 지난해 모든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성공리에 마무리한 기재부는 올해 두 번째 과제인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에 착수했다.

성과연봉제는 이름 그대로 업무 성과에 따라 급여를 결정하는 임금체계다. 기존의 호봉제는 업무 성과와 관계없이 같은 직급, 같은 호봉 직원은 동일한 급여를 받는다. 급여는 매년 자동 인상된다. 고용이 안정된 공공기관은 호봉제 때문에 업무 동기 부여가 떨어지고, 인건비 부담은 계속 커진다.

정부는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다. 성과에 따라 임금을 받는 체계가 마련되면 강한 동기 부여로 생산성이 높아지고 업무 효율이 높아져 대국민 서비스 수준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다.

종전의 성과연봉제는 1~2급 간부만 적용 대상이었다. 정부는 이번에 최하위직을 제외한 3~4급까지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기존의 7%에 불과한 성과연봉제 적용 대상이 70%까지 늘어나게 된다. 대상 공공기관은 모두 120곳이다. 30개 공기업과 90개 준정부 기관으로 구성됐다. 지금까지 총 72개 공공기관(공기업 19개, 준정부 기관 53개)이 도입을 확정했다.

◇노조 “공공성 저해 우려…총파업 불사”

정부는 공기업은 6월, 준정부 기관은 12월까지 확대 도입을 마무리하도록 했다. 기한 내에 도입하지 않는 기관은 내년 직원 임금을 동결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도입 지연 책임을 물어 임원의 내년 성과급을 50% 이상 삭감할 계획이다. 기한 내에 반드시 도입을 마무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 준 것이다.

정부의 `초강수`에 대상 공공기관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이 지나친 성과주의로 이어져서 공공성을 훼손하고 직원 주관 평가로 조직 내 `줄 세우기` 문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저성과자를 가려내 `쉬운 해고`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지난 23일 성과연봉제, 해고 요건 완화, 비정규직 사용 기간 연장 등을 지적하며 “국제 기준 위반으로 노동 조건을 악화시키고 노사관계를 파탄으로 몰고 가는 한국 정부를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최근 조선·해운업종에서 3만~4만명 노동자가 쫓겨날 위기에 처했음에도 정부는 실업 대책을 세우기보다 성과연봉제 도입에 매달리고 있다”며 강력 비판했다.

양대 노총은 다음 달 공공 부문 노동자 10만명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양대 노총 산하 26개 노조가 뭉친 `공기업정책연대`는 지난 4월 말부터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노숙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지난 14일 금융공기업지부 합동대의원대회를 열고 9월 총파업을 결의했다.

◇노사 합의, 필수 아니다?

정부와 노조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여야 3당은 20일 첫 여·야·정 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의미 있는 합의가 이뤄졌다. 여야 3당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는 지난해 노·사·정 합의대로 기준을 마련하고 노사 합의로 진행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함께했다. 직원에 대한 사측의 불법·탈법성 동의 강요도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불법·탈법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논의가 `노사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돼 정부 의지가 약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많은 공공기관이 노조와 공감대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일부는 노사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도입을 확정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총 18개 공공기관이 노사 합의 없이 도입을 확정했다.

기재부는 23일 계획에 없던 브리핑을 갖고 “노사 합의 없이도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정기준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은 “공기업은 6월 말, 준정부 기관은 12월 말까지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한다는 정부 입장에는 변한 것이 없다”면서 “노사 합의는 여야 3당이 정부 측에 강조한 내용이지 합의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정 국장은 “노사 합의를 권장하지만 판례와 관계 법령 등에 따라 개별 기관이 의결하거나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면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야당이 즉각 반발하며 논란이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정부 태도가 `이중적`이라고 지적했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민생점검회의에서 합의된 내용을 함부로 파기할 수 있는 듯한 발언이 반복된다면 정부와 정당 간 협력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면서 “지금이라도 성과연봉제는 노사 자율로 기준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