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정의 XYZ코칭]<3>조언과 잔소리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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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윤정의 XYZ코칭]<3>조언과 잔소리 사이

조직 생활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 표정은 늘 우울하고, 지각은 밥 먹듯 하면서 시킨 일은 함흥차사다. 조금만 싫은 소리를 하면 세상 고난을 다 짊어진 표정을 하고 팀 분위기를 가라앉힌다. 회의 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상사가 들어왔는데 일어나지도 않으며, 점심은 혼자 먹는다. 업무가 좀 힘들어도 버텨야 할 때가 있는데 쉽게 가려고만 하고, 조금 하다가 포기한다. 개념도 없는 데다 예의마저 없는 후배에게 상황이 터질 때마다 미주알고주알 잔소리를 다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한숨이 나온다. 인생살이 조언은 고사하고 업무나 좀 제대로 하라고 잔소리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지윤정의 XYZ코칭]<3>조언과 잔소리 사이

워라밸 때문에 칼퇴근 하랴, 경영 위기 때문에 회식도 없어져서 업무 이외 대화할 시간이 거의 없다. 상사와 부하 간 운동도 업무 일환이라고 없애고 술도 권하면 안 되는 세상이라니 더욱더 친해질 기회가 많지 않다. 서로 간에 신뢰와 관심이 쌓여야 충고도 할 수 있는 법인데 업무 이해관계 외에는 별다른 접촉이 없으니 조언도 조심스럽다. 특히 요즘은 '싫존주의'(싫어하는 것도 존중하는 문화)와 '취존'(취향을 존중하다의 줄임말)이 중요해져서 괜히 조언을 잘못하면 오히려 '꼰대' 소리를 듣는다. 직장인이 동료와 하루 평균 나누는 대화 시간은 고작 23분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우리나라 평균 근로시간인 약 9시간의 4%밖에 안 되는 수치다. 직장에서 인간관계가 습자지처럼 얇아지고 얕아졌다. 그래서 깊이 있는 조언은 제쳐두고 당장 필요한 잔소리만 하게 된다. 진정한 치료를 받을 시간이 없어서 진통제로 연명하는 것과 같다. 이런 사실을 신세한탄처럼 나열한 이유는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고 여기에 서서 우리가 무엇을 새롭게 할 수 있을지를 찾기 위해서다. 한탄하고 탓하자는 게 아니라 직면하고 방법을 찾자는 거다.

[지윤정의 XYZ코칭]<3>조언과 잔소리 사이

잔소리로는 문제의 근원을 해결할 수 없다. 거래 업무 관계로는 진정한 몰입을 끌어낼 수 없다. 이제 의식해서 잔소리를 절제하고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조언을 하자. 5분 잔소리를 열 번 하는 것보다 50분 조언을 제대로 한 번 하는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조언이 필요한 상황은 도처에 있다. 상무와 이사 사이가 좋지 않은데 사안별로 누구에게 보고해야 할지 혼란스럽고, 갓 입사한 신입 후배와의 의견 충돌이 심해서 어떻게 선배 역할을 해야 할지 답답하기도 하다. 암호화폐에 투자한 돈 때문에 밤잠을 설치다가 회사에 지각하기도 하고, 이직을 해볼까 하는 마음에 다른 회사 면접 때문에 조퇴를 신청하기도 한다. 지나고 나면 어떻게 해야 했는지 알 것도 같은 일도 그 상황에 닥치면 뭐가 유효한지 모른다. 훈수 둘 때는 빤히 보이는 해결책도 직접 당사자가 되면 우매한 결정을 내린다. 그래서 먼저 경험한 선배의 조언이 필요하다. 먼저 산 인생 선배의 조언은 깜깜함 야간 산행 길에서 손전등과 같다. 예측 불가능한 삶에 앞을 비춰 주는 실마리이자 힌트다.

[지윤정의 XYZ코칭]<3>조언과 잔소리 사이

“그러다 나중에 큰일 난다. 미래를 생각해야 해. 젊을 때 조금씩이라도 모아라”라는 말은 애정은 담겨 있는지 모르겠지만 조언 기술은 빠져 있다. 조언이 후배에게 도움말로 느껴지려면 선배의 조언 기술이 필요하다. 잔소리가 아니라 조언이 되려면 상대에게 조언해도 좋겠냐는 허락을 구해야 한다. 화장실 들어갈 때도 노크를 하고 집에 방문해도 예고를 한다. 불쑥 요청하지도 않은 충고를 하면 노크 없이 방에 들어가는 격이다. “각자 보는 시각이 다르겠지만 내 의견을 말해 줘도 좋을까?” “딱 하나 정답이 있겠냐마는 좋은 선택을 위해 내 관점을 나누고 싶은데 괜찮을까?” “먼저 살아 본 입장에서 내 경험을 나누고 싶은데 나눠도 될까?” “동생 같아서 하는 말인데 조언이라고 생각하고 들어 줄 수 있을까?”라고 허락을 구하자. 조언은 정답이 아니라 힌트다. 이대로 하면 된다고 말하지 말고 문제를 푸는데 힌트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이디어를 주고 싶다고 말하자. 자신의 기준을 들이대며 일방으로 단언을 하는 것은 조언이 아니라 비판이다. 충고가 아니라 비난이다. 사랑과 우정 사이가 모호한 것처럼 조언과 잔소리 사이도 모호하다. 그 모호한 경계를 선배의 사려 깊음과 겸손함으로 탐험하자. '리그오브레전드'나 '카트라이더' 못지않게 재미있는 컴퓨터 게임이다.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이사 toptm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