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49>규제 샌드박스 속도 내면 혁신 성장 가능하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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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76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고 규제 샌드박스 시행 성과와 향후 과제를 논의했다. 정보통신·산업융합 분야 규제 샌드박스 시행 100일 동안 양 분야에서 각기 8건과 9건, 지난 4월 1일 출범한 금융혁신 분야도 지금까지 18건의 승인을 각각 완료했다고 한다.

이번에 승인된 신사업의 면면이나 상반기 추진 계획을 보면 해묵은 과제들에 돌파구가 마련된 듯하다. 법령을 유연하게 해석하고 정책 권고로 해소하는 등 행정 분위기가 적극 고양된 점도 긍정으로 보이는 측면이다. 물론 제도 개선에 끝이란 없겠지만 샌드박스 운영을 맡고 있는 국무조정실 개선 의지도 높은 만큼 몇 가지 제안을 따져본다.

그 가운데 첫째는 기업과의 적극 소통을 통해 규제가 막아 온 혁신이 이제는 가능한 환경으로 조성됐음을 알려야겠다. 이번 규제 샌드박스를 훗날 회고해 보면 가장 큰 성과는 우리 산업의 수동성과 저혁신 문화 혁파에 기여한 것이리라 믿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는 단지 기존 규제를 피하는 것에만 몰두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개별 기업 입장에서 보면 당장 규제를 면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겠지만 이것만으로는 규제 혁파가 내줄 수 있는 혜택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샌드박스 심사에서 개별 안건을 건별로 그 타당성을 따지는 것이 본래 기능이지만 그만큼 해당 규제가 만들고 있는 제약이 무엇인지도 살펴야 한다. 동시에 성공 확률이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되거나 최악의 상황이라는 것이 손쉬운 반려 기준이 돼도 안 된다.

셋째는 기업도 좀 더 창의력을 발휘해서 신사업을 제안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라고 불리는 것을 더욱 적극 수용하고, 비즈니스 모델도 창의력을 발휘한 제안을 해야 하겠다. 이 과정에서 부족한 창의성과 역량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 하는 것이 실상 이번 규제 샌드박스를 시행하는 4개 부처가 고민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정책인 셈이다.

다시 말해서 혁신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가 이 제도의 본모습을 100% 드러내게 하는 제도 혁신의 핵심이다. 그런 만큼 이들 부처와 국무조정실의 정책은 한층 더 거시의 적극성을 띤 것이어야 한다. 결국 '혁신 성장'이라는 정책 어젠다로 이것을 자연히 연결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넷째는 분야별 칸막이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다. 법률 자문, 컨설팅, 체계화한 사후 관리를 위해서는 분야별 전문성이 중요한 만큼 4대 분야로 운영하는 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어느 부처에 샌드박스를 걸어야 할지 모호하거나 결국 개별 심사 체제로 복합규제 신청 사항에 대응하기가 어려울 것은 당연히 예상된다. 궁극으로 샌드박스를 신청하는 신사업이 더 혁신일수록 이것이 병목이 될 것인 만큼 이 같은 문제 제기에 앞서 공동사전심사위원회를 가동ㅎ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어떻게 보면 이번 규제 샌드박스를 그동안 수없이 부르짖고 있는 규제 혁파를 위한 또 하나의 시도로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운영하기에 따라서는 우리 경제의 수동성과 저혁신성을 해소할 큰 파도의 첫 물결일 수 있다는 직감이 든다.

우리의 규제 담장이 높은 만큼 이 벽을 허무는 지금을 우리 경제의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 혁신이 쏟아져 나오는 기회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규제 샌드박스 운영 역시 수동성과 저혁신성을 없애야 한다. 단지 목전의 신사업을 허용해 주면 된다는 생각과 이 정도면 혁신이지 않으냐는 자족감은 피해야 한다. 왜냐하면 규제 샌드박스가 속도를 내면 혁신 성장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니 이렇게 믿는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