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업은 인류가 가장 오래 지속해 온 산업이지만 지금만큼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선 적은 드물다. 고령화와 인력 부족, 기후변화로 인한 생산 불확실성, 세계 곳곳에서 반복되는 식량 위기는 농업을 더 이상 '안정적인 전통 산업'으로만 바라볼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제 농업은 생존을 넘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 산업이 됐다.
전환의 중심에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있다. 농업의 기계화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지만 단순한 기계화만으로는 더 이상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반복적이지만 정밀함이 요구되는 작업, 숙련자의 경험에 의존하던 판단 영역, 사람의 체력과 시간에 제약받는 노동 구조는 기존 농기계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농업 AI 로봇이 새로운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농업 AI 로봇은 단순한 자동화 장비가 아니다. 이동하고, 인식하고, 판단하며,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피지컬 AI'의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파종, 방제, 제초, 수확 등 정형화가 가능한 작업을 중심으로 자율 작업 로봇 개발과 현장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기술 진보에 따라 로봇의 제조 단가는 빠르게 낮아지고, 생산성과 정밀도는 동시에 향상되면서 경제성 확보 시점도 앞당겨지고 있다. 농업 AI 로봇이 실험 단계를 넘어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이유다.
이러한 변화는 정책과 시장 양 측면에서 동시에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는 농업을 첨단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AI와 로봇 기술 도입에 대한 정책·재정적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식량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분석에 따르면 2030년 농업 모빌리티 및 로봇 시장은 2000조원을 훌쩍 넘는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로봇이 농업 노동력을 대체하며 창출할 부가가치 시장은 연평균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농업 AI 로봇은 '미래 기술'이 아니라 이미 경쟁이 시작된 거대한 시장이다.
글로벌 선도 기업의 전략은 흐름을 분명히 보여준다. 존디어는 로봇·AI 스타트업에 대한 적극적인 인수합병과 자체 기술 개발을 병행하며, 실제 농경지 기반의 데이터 축적을 통해 AI 학습을 고도화하고 있다.
구보다는 논 중심 자동화 경험을 바탕으로 밭과 과수 영역까지 확장하며, 농업 전 밸류체인의 로봇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농업 프로세스 전반을 관통하는 이동, 판단, 작업 기술을 선점하는 데 있다.
AI와 로봇이 결합된 농업은 생산성 향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통해 농작업 표준화와 품질 균일화를 가능하게 하고, 수확 예측과 유통 안정까지 연결한다. 이는 농업을 단순 1차 산업이 아닌 데이터와 기술이 결합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기반이 된다.
특히 농작업 데이터를 축적하며 움직이고 판단하는 '피지컬 AI' 로봇은 농업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이는 고령화된 농촌에 현실적인 해법이자, 청년 세대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이다.
이러한 전환 속에서 대동은 AI와 로봇 정밀농업을 미래 성장 축으로 설정하고, 전문 조직을 설립해 AI와 로봇 핵심 역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농기계와 모빌리티 사업을 통해 축적한 이동 기술을 기반으로, 로보틱스 부문의 인식·제어 기술과 AI를 결합해 실제 농업 현장에서 작동하는 자율 작업 로봇과 정밀농업 솔루션을 개발한다. 이는 단일 기계 개발을 넘어, 농업 초지능 로봇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다.
농업이 AI와 로봇을 만난다는 것은 기술 트렌드를 쫓는 일이 아니다.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농업의 문제를 가장 잘 이해하는 현장에서 출발한 기술만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AI와 로봇을 품은 농업이 새로운 산업 좌표를 만들어가는 지금, 이 변화가 대한민국 농업과 기술 산업 모두에 중요한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나영중 대동 부사장 esaga03@daedo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