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과기정통부, 4대과기원 혁신작업 착수…배경은

[이슈분석]과기정통부, 4대과기원 혁신작업 착수…배경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한국과학기술원·울산과학기술원·광주과학기술원·대구과학기술원(KAIST·UNIST·GIST·DGIST) 4대 과학기술원 혁신안 수립 작업을 시작했다. 앞서 4대 과기원 공동사무국 설치로 행정 효율성을 제고하고 나선데 이어 실제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한다. 각 대학의 연구 수준과 연구 지원 시스템 효율성을 높이고 과기원간 연계성을 강화해 경쟁력과 외형을 키울 수 있는 부분은 키우는 것이 골자다.

◇과기원 고강도 혁신 추진

정부가 이달 초 '과학기술원 전략위원회'를 세우고 강도 높은 혁신안 마련에 나섰다. 대표 특성화 분야를 발굴하고 선진연구관리 기법을 이식해 4차 산업혁명 등 바뀐 환경에 걸맞은 연구 역량과 위상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4대 과기원간 연계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강구한다. 특정 분야에선 과기원 자원을 통합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연구와 행정, 전 방위에서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등 거버너스 전반을 개선하는 그림이다. 글로벌 연구 중심 대학 위상을 강화하고 지역 혁신에 기여하는 방안도 찾는다.

과기정통부가 4대 과기원 혁신에 나선 배경은 지속되는 위기론 때문이다. 특별법을 통해 과기원을 설립했지만 기관 운영, 배출인력, 성과 측면에서 일반대학과 크게 차별화하지 못했다는 고민이 바탕에 깔려있다.

과기원은 그동안 국내외에서 글로벌 수준 연구중심 대학으로 그 위상을 인정받았지만 일정 부분 한계도 드러냈다.

단일전공(학과) 기준 교육으로 융합 지식습득에 취약했고 기초과학 교육과 연구 투자가 저조했다는 지적이 따랐다.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체계도 미흡한 것으로 분석됐다.

소규모 융합연구를 다방면으로 추진했지만 성과 측면에선 아직 괄목할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또 단기, 양적 성과 중심 연구수행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4대 과기원간 시너지 창출에 있어서도 맹점을 보이면서 통합을 비롯한 혁신이 시급하다. 연구비, 연구조직, 시설장비 등 예산 인력 집행에 있어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문제도 수년째 되풀이되고 있다.

안으로는 학령인구 감소, 연구자 일자리 여건 악화 등으로 대학원 신입생 충원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사후 연구원의 평균 재직 기간도 3년 정도로 기관 내 연구환경이 안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가 쌓이면서 대학 순위 등 경쟁력 지표는 하락했다. 최근 영국의 대학 평가 기관인 타임스고등교육(THE, Times Higher Education)이 발표한 '2020 THE 세계대학 평가'에서 KAIST는 110위에 위치했다. 52위를 기록한 2015년 대비 60계단 가량 하락한 수치다. UNIST는 200위권 밖, GIST는 400위권 밖이다. 홍콩과기대, 싱가포르 난양공대 등 과기원 보다 늦게 설립된 후발주자와의 격차가 지속 벌어지는 등 성장이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콩과기대는 이 순위에서 47위, 난양공대는 48위에 올랐다.

◇혁신안 어떤 내용 담길까

전략위원회는 과기원 이사회, 외부 전문가 의견 등을 수렴해 혁신 과제를 발굴한다. 지난 8일 킥오프 미팅을 열고 본격 활동에 들어간 만큼 아직 혁신안의 상세 그림을 예상하긴 힘들다. 다만 연구 역량, 성과 제고 등을 위한 예산, 조직 운영에 차원에서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과기계 관계자는 “연구 측면에서 보면 네이처, 라이덴 인덱스 등 연구 성과 수준의 척도가 되는 지표 등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서 “대학 수준은 사실 투자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예산 확대 방안도 같이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기원간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도 관심이 쏠린다. 과기정통부는 혁신안 마련과 관련해 4대 과기원의 물리적 통합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과기원간 칸막이를 제거해 중복 투자를 막고 연구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해법 마련에 몰두할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안은 4대 과기원이 재정립한 역할의무(R&R)와도 일정 부분 궤를 같이 한다. 4대 과기원은 지난해 R&R를 재정립했다. KAIST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융합·협업능력을 겸비한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췄다. 기초과학 관련 연구 투자를 강화하고 AI분야 특화 커리큘럼을 강화할 계획이다.

세계적 수준의 융복합 협업 연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시니어, 주니어 교수가 협력하는 초세대 협업연구실 제도를 도입하고 초학제적 융합연구주제를 선정하는 등 변화를 꾀한다. 세계 대학 순위는 20위권을 목표로 잡았다.

UNIST는 융합과학기술인재 양성을 주요 과제로 삼았다. 융합전공 전문화를 위해 심화 과정을 도입하고 융합연구프로젝트를 운영하기로 했다.

GIST는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등 정부 13개 혁신성장동력 관련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헬스케어, 로봇, 자동차 등 지역 전략산업과 접목한 AI브레인랩을 지정하는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역량을 강화하는 그림이다.

DGIST는 로봇기술과 의학기술간 융복합 연구를 통해 환자맞춤형 치료법 개발 등 정밀의학 치료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담았다.

과기계 관계자는 “4대 과기원이 R&R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신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관련 인재를 배출한다는 계획을 담았다”면서 “과기정통부도 기존 연구 분야 강점을 기반으로 신산업 연구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고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새 연구 분야는 아직 과기원간 칸막이가 없는 만큼 향후 융합, 협업 연구를 통한 시너지 창출도 수월하다”면서 “새 연구 분야에선 4대 과기원의 과감한 협업을 유도하는 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