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차이나] ZTE, AI 에이전트폰으로 스마트폰 시장 재도전…관건은 '생태계'

생성형 AI 이미지.
생성형 AI 이미지.

한때 세계 스마트폰 시장 4위에 올랐던 ZTE가 인공지능(AI)을 앞세워 스마트폰 시장 재도약에 나선다. 바이트댄스의 생성형 AI 서비스 '더우바오(Doubao)'를 탑재한 AI 에이전트 스마트폰을 앞세워 사용자 경험을 혁신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기술 경쟁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에이전트가 기존 모바일 플랫폼과 충돌하는 만큼 생태계 구축 여부가 시장 안착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니페이 ZTE 통신단말사업부 사장 겸 누비아 CEO는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는 17일 개막하는 세계인공지능회의(WAIC)에서 '세계 최초 AI 에이전트 스마트폰'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제품은 기술 검증용 시제품이었던 '누비아 M153'과 달리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양산형 플래그십 모델이다.

앞서 ZTE는 지난해 말 더우바오 모바일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누비아 M153을 선보이며 AI 스마트폰 시장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든 업체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당시 제품은 개발자와 얼리어답터를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공급됐지만, AI가 여러 앱을 오가며 사용자를 대신해 작업을 수행하는 새로운 사용 경험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더우바오폰의 핵심은 AI 에이전트 기능이다. 사용자가 “커피를 주문해 달라”거나 “회의 일정을 등록하라”고 명령하면 AI가 직접 관련 앱을 실행하고 필요한 절차를 수행한 뒤 최종 확인만 사용자에게 요청하는 방식이다. 기존 AI 스마트폰이 사진 편집이나 음성비서, 문서 요약 등 개별 기능을 강화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더우바오폰은 앱 간 경계를 허물고 AI가 스마트폰을 직접 조작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시장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초기 공급 물량은 빠르게 완판됐고 일부 제품은 중고시장에서도 프리미엄이 붙었다. 중국 IT 업계에서는 AI 스마트폰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ZTE가 AI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IDC에 따르면 ZTE는 2012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6500만대를 기록하며 삼성, 노키아, 애플에 이어 세계 4위에 올랐다. 당시 중국에서는 화웨이, 레노버, 쿨패드와 함께 '중국 스마트폰 4강'으로 불릴 만큼 영향력이 컸다.

하지만 이후 샤오미와 OPPO, 비보 등 소비자 중심 브랜드가 급성장하면서 ZTE는 경쟁에서 밀려났다. 통신사 중심의 저가 단말 전략에 머무르면서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2018년에는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에는 언더디스플레이 카메라와 저궤도 위성통신, 레드매직 게이밍폰 등 차별화 전략을 추진했지만 시장 존재감을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ZTE가 AI를 새로운 돌파구로 선택한 이유다.

그러나 AI 에이전트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벽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모바일 생태계다. 더우바오폰은 공식 API 대신 화면 인식과 GUI 시뮬레이션 기술을 이용해 앱을 자동으로 조작한다. 이 방식은 사용자 입장에서는 편리하지만 인터넷 플랫폼 입장에서는 사용자 접점과 데이터, 광고 노출 기회를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실제로 더우바오폰 출시 이후 위챗과 타오바오, 알리페이 등 주요 플랫폼은 관련 기능을 차단하거나 제한했다. 텐센트의 마화텅 CEO도 화면을 자동으로 조작하는 방식은 보안 측면에서 위험성이 크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대부분의 스마트폰 제조사는 AI 기능 확대에는 적극적이지만 시스템 차원의 AI 에이전트 도입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샤오미, OPPO, 비보 등은 생성형 AI 기능을 강화하고 있지만 앱을 직접 조작하는 방식은 채택하지 않고 있다. 대규모 사용자 기반을 보유한 만큼 특정 플랫폼과의 갈등이 사용자 불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 아너(HONOR)는 공식 API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AI 에이전트를 구현하고 있다. 'YOYO 에이전트'는 3000개 이상 서비스 시나리오를 지원하지만 플랫폼별 API 개방 범위가 제한적인 만큼 활용할 수 있는 기능도 상대적으로 적다. 생태계 협력 없이는 AI 에이전트의 활용 범위를 넓히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업계에서는 AI 스마트폰 경쟁의 승패가 모델 성능보다 생태계 구축 능력에서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AI가 사용자를 대신해 다양한 서비스를 연결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로 자리 잡을 경우 모바일 인터넷의 주도권 자체가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ZTE 도전은 세계 최초 AI 에이전트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AI를 새로운 모바일 플랫폼으로 정착시키고 하드웨어와 운용체계,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성공 여부를 좌우할 전망이다. AI 시대 스마트폰 경쟁은 이제 성능이 아니라 생태계를 누가 먼저 장악하느냐의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