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의 일이다. 국제회의를 우리나라에서 개최하기 위해 장소를 알아본 적이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알맞은 장소를 발견하지 못했다. 아쉬운대로 한다면 몇군데 있긴 하나 회의의 목적을 그런대로 충족시킬 수 있는 마땅한 장소 가 별로 없었다.
빌딩의숲을 이루고 있는 수도 서울에 국제회의 시설을 제대로 갖춘 곳이 한곳도 없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당장 어떤 다른 대안이 없었기때문에 차선책으로 하는 수 없이 어느 한곳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어쩐지 입맛이 씁쓸했다.
국내개최를 추진한 국제회의는 전기통신 표준을 다루는 것으로 국제 전기통신연합 ITU 과 관련된 것이다. 참석자 규모는 3백여명 정도이나 5개국어 동시통역 시설이 갖추어져 있어야 했다. 모든 참석자가 해드폰 등을 사용 하여 개별적으로 5개국어 가운데 원하는 언어로 들을 수 있고, 의장으로부터 지명 을 받은 사람만 발언할 수 있도록 마이크 시설이 되어있어야 했다. 여기에다수십명정도의 소 그룹으로 나누어 회의할 수 있는 회의실 12개 정도가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 요구 사항이었다.
우리가국제회의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정도의 시설이다. 선진국에서 는 이름난 대도시엔 이런 종류의 회의장이 몇 군데씩 있고 대부분의 중소 규모 도시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대부분은 지방정부가 설립해 그 지역의 산업.문화 등을 촉진시키기 위한 교류의 장소로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왜 우리나라엔 그런 종류의 회의장이 거의 없는지 모르겠다. 한국 전시장 (KOEX)의 경우 제품의 전시 장소로는 적합하나 국제회의를 효율적 으로 진행하기에 좀 곤란하다. KOEX의 국제회의장은 5백여명을 수용할 수 있고 통역시설이 있긴 하나 의자가 극장식으로 고정되어 있어 참가자 개인의 회의자료를 올려 놓기에 아주 불편하게 되어 있다.
또한소규모 회의실 숫자도 부족하다. 몇몇 국제 규모의 대형 호텔은 다양한 회의장을 마련하고 있으나 대부분 전문 국제 회의장이라기보다는 각종 연회 개최에 알맞게 공간배치와 시설이 되어 있다. 세종문화회관과 같은 공공건물 의 회의장도 좌석은 대부분 극장식으로 배치되어 있다.
우리나라회의장의 모양은 어떻게 보면 일방통행으로 대부분 구성되어 있다.
대화를위한 양방향이 아니라 연단에 있는 사람의 강연을 듣거나 관람하면서 참석자는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 참석자가 의견을 제시하기 보다는 박수 치기에 알맞는 모양으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도이젠 민주화와 개방화가 곳곳에 뿌리 내려가고 있다. 일방통행에 서 양방향으로, 일방적 지시에서 상호의견 교환을 통한 타협으로 변해 가고있다. 주변의 상황은 급변하고 있으나 이를 위한 토론의 마당인 회의장 시설 은 아직 구습의 껍질을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루빨리 개선 되어야 할것이다. 학교 교실의 학생들 자리 배치도 일률적으로 줄을 세워 교단으로 향하도록 되어 있다. 선진외국의 교실 자리배치는 선생과 학생간의 토의가 원활히 될수 있도록 유연하게 되어 있다.
민주화란요란한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 마음의 자세부터 사소 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모두 재점검해보고 이에 알맞도록 바꾸고 개선 하려는노력이 없이는 민주화의 정착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지난연말 우루과이라운드(UR)가 타결되자 온 나라가 세계화. 국제화의 슬로건을 내걸고 신문마다 거의 매일 이에 대한 대비책과 의견이 지면을 장식 하고 있다. 우리는 유행에는 민감하지만 너무 피상적이 아닌가 생각한다. 신문지상에서 나타난 대부분의 의견이 국제화의 중요성과 이에 대한 종합 대책 이 필요하다고 주장만 하고 있지 구체적인 실행계획이나 각론에서는 별 의견 이 제시된 것이 없다. 좀더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확인해 보고 필요한 것을한개씩 만들고 부족한 것을 보완하는 것이 요란하게 떠더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국제화시대에 우리나라 생산품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항이 다. 우리의 각종 제도를 보완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울러 외국인들이 국제문제의 협의를 위해 우리나라에서 별 어려움 없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을 할 수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회의를 위해 업무적으로 우리나라를 방문을 하든지 관광차 방문 하든지간에 우리나라가 알려지게 되는 매우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 주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우리의 젊은이들이 서로 자유스럽게 의견을 교환하는 풍토를 만들고 민주주의의 뿌리인 대화의 광장을 활성화한다는 측면에서도 일방통행이 아니라양방향 통행이 가능한 회의장을 많이 만들고, 세계화를 위해 다른 언어를 사용한 토론도 가능토록 통역시설이 구비된 회의장의 건립은 매우 중요 하다고하겠다. 하루 빨리 서울특별시부터 전문국제회의장을 적어도 한개쯤은 설립하고 점차 전국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