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능력 임주환

27번째 맞은 "과학의 날"이 금년에도 "행사"로서 잘 치러지고 별일 없이 잘지나갔다. 그러나 과학기술계에 몸담고 있는 한사람으로서 어쩐지 입맛이 씁쓸하다. "과학의 날"을 전후해서는 언론에서도 집중적으로 연구개발(R&D)에 대한 특집도 내고 요란 하더니 한두달 지난 지금 각론은 없이 이젠 열기가 다 식고만 것 같다.

우리의주위를 살펴 보자. "국가경쟁력 강화의 주역이 과학기술이다. 국제적 인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우리 민족이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승부처가 바로과학기술분야의 능력 확보이다. 이것은 절대 절명의 국가적 과제다" 라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이러한 국가적인 과제를 실천하기 위한 우리의 주변 형편은 어떤가.

우리나라의기술개발력 지수는 미국을 1백으로 했을 때 4.74로 5% 수준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3년도)우리나라의 연구개발 총 투자비는 5조 원에 약간 못미치는 것으로 이것은 미국의 제너럴모터스나 IBM과 같은 한 기업의 연구개발비와 비슷한 수준이다. R&D투자면에서 세계 15대 기업을 보면 일본이 6개, 미국이 4개, 독일이 3개, 프랑스 1개, 이탈리아 1개로 구성되어 있다. 1위 업체의 연간 R&D 투자비는 우리나라 총 R&D연구비와 맞먹는 5조 원에 육박 하고 15위인 기업체의 연간 R&D투자비만 해도 1조7천억원에 달한다. 연구의 주체인 연구원의 숫자는 어떤가. 89년에 미국은 1백만명에 육박 하고 일본이 92년에 52만명에 달하고, 우리나라는 92년에 8만8천명 정도이다.

인구1만명당 연구원의 비율면에서도 미국과 일본은 40명에 육박하나 우리나라는 그 절반인 20명 수준이다.

물론앞에 열거한 몇 가지 외형적인 것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을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급속히 산업화를 이룩한 상태이고, 나라 전체 규 모면에서 선진국들과 직접 비교한다는 자체가 무리일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입으로 "전세계에서 1등만 살아남는다"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하고있고 모두들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고 있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 R&D 방향에 대해 정말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들이 있다.

우선과학기술분야 R&D에서 시급히 해야 할 것으로는 R&D가 중요하다고 강조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분야에 대한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 UR타 결에 따른 농촌지원문제 등 국가적인 측면에서 보면 시급하지 않은 사항이 없겠지만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나타내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산업체. 학계.연구소들이 자신을 갖고 열심히 따라 갈 수 있게 된다.

현재정부출연연구소가 26개에 1만2천명 가량이 근무하고 있다. 정부출연 연구비가 우리나라 국가예산의 0.7% 수준인 3천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투입하는 예산이 적으니 출연연구소를 떠나는 연구원들이 있게 되고 정부출연 연구 기관이 도마 위에 자꾸만 오르내린다. 활기에 넘쳐야 할 연구단지 분위기가 썰렁해지게 되는 것이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규모를 자꾸만 키울 필요는 없으나 일정 규모를 유지하기로 한다면 정부가 모범적으로 연구환경을 좋게정비하고 대우를 잘 해줘서 활기차게 해야한다고 본다. 그렇게 해야 훌륭한젊은이들이 과학기술 분야를 선호하게 되고, 이렇게 되어야만 우리나라의 장래가 밝지 않을까.

아직선진국의 근처에도 가기전에 벌써 젊은이들 사이에 과학기술의 기피증 이 생긴다면 큰일이다. 우리나라가 급속한 속도로 산업화를 이루어 왔던 60 ~70년도에 비해 80년대부터 이미 공학을 비롯한 자연과학계열에 대한 열기는 상당히 식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아직 선진국처럼 재테크에 열중할 형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젊은이들 사이엔 이러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미래의 비전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이를 실천함으로써 우리의 젊은이들이 과학기술에 대해 확신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의 산업계는 R&D에 대한 공동전선을 펴야할 것과 경쟁을 해야할 것을좀더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본다. UR이후 경쟁만이 살길이라는 말이 유행되고 나서는 국내 업체들끼리 경쟁에 혈안이 되어있다. 심지어 서로 보완 관계에 있어야 할 출연연구기관간에도 경쟁관계에 있는 것처럼 착각하여 문제를 야기시키기도 한다.

요즘의추세는 세계의 거대기업끼리도 특정기술에 대한 공동연구가 전략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멀티미디어.정보통신 각 분야에서 거대기업간의 제휴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동업종의 국내 대기업간 에도 마케팅분야는 하는수 없다고 하더라도 R&D에서는 제휴가 필요하지 않을까. 과학기술 인력양성에도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 하다고 본다. 절대부족한 교수 요원과 부실한 실험시설에 대한 대책없이 양적인 팽창은 오히려 과학 기술인 력에 대해 풍요속의 빈곤을 낳게하고 있다.

과학기술에 대한 R&D는 우리의 생존문제이다. 우리 민족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를 너무 일과성으로 처리하고 있지 않나 싶다. 중요하다고 얘기만 하고 각종 화려한 말로 나열만 하지 말고 조그마한 것부터 구체적으로 꾸준히 실천할 때 극심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가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