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산업 국제화와 우리문화

93년말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타결을 계기로 통신산업계는 사전에 의견 제시나 대응방안을 강구하지 않고 있다가 사후에 불평이나 하고 있다는 지적이 종종 있어 왔다. 지난 6월23일자 이 난에서 한국통신 안승춘 통신망 계획2국 장도 "통신산업 국제화"라는 제목으로 통신업계의 침묵과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안국장의지적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통신망장비의 시장개방 에 통신기기 제조 업체들은 반응이 없다. 둘째,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구축에 관한 민간업계의 제언이나 비전 제시가 없다. 셋째, 통신사업 구조조정에 대하여 이해당사자로서의 의견도 없다. 넷째, 91년 기준, 한국의 4대 교환기업 체는 매출 규모에서 세계 50대 통신기기 제조업체에 랭크되지도 못하고 해외 진출시 출혈 경쟁으로 일관하니 차라리 통신기기 산업계의 재편을 고려 해야한다. 우리의 문화는 일반적으로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거나 의견을 개진 하는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게 했다가 자칫 비난과 매도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안국장의 지적은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생각 되지만, 산업환경 변화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업계가 과연 침묵만 지키고있었는지 만약 침묵을 하고 있었다면 왜 그래야만 했는지를 분명히 할 필요 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공개적인 지적에 대해 통신업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 바람직한 방향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통신시장 개방과 대응책에 대한 침묵 문제이다. 통신시장 개방은 오래 전부터 예견되었기 때문에 관계당국과 협회를 통해 의견과 방안의 제시.토론 .방향설정 등 많은 준비를 해왔다고 보며, 아직까지도 대비가 미흡한 부분은실력의 한계 때문이며 이러한 한계는 시장을 개방하면서 극복해야 할 것이다다만 안국장의 지적이 필요한 대응책이나 의견제시를 공개적으로 하자거나 앞으로 이처럼 중요한 과제는 공개토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추진함 으로써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는 뜻이라면 너무나 당연한 지적 이다. 그러나 업계 입장에서는 우려하는 현실문제가 있다. 만일에 개방의 불가피 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한다면 소위 "국민정서"라는 비현실적인 명분을 내세워무조건 개방을 반대하는 국수주의자들이 목소리를 높일 것이고, 오히려 사회 적 혼란만 초래하게 될 것이란 우려이다. 원활한 공개토론을 위해 이런 우려가 필요없는 사회분위기가 먼저 조성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당위 적 문제와 현실적인 문제를 조화시키려면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며,안 국장의 문제제기도 이런 노력의 하나가 될 것으로 믿는다.

둘째,초고속 정보통신망에 관한 의견부재 문제다. 초고속 정보 통신망에 관한 정부안은 아직은 개념적 차원에 머물고 있으며 관련 협회와, 교수들의 학구적인 의견표명 단계에 있다고 본다. 우리는 미국과 같이 군사 분야나 사회 에서 정보망을 활용하는 높은 수준에 있지도 못하다. 초고속 정보 통신망은 해당산업뿐만 아니라 국가의 과학.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 파급 효과 가 크고 국가경쟁력의 바탕이 되기 때문에 각 분야의 많은 사람들이 참여 하여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수렴되어야 한다.

산업혁명기에뒤처져서 후진국으로 식민지의 서러움을 겪었던 우리나라 역사 를 되새기면, 우리는 지금 정보통신의 혁명기를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절호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은 거국적인 사업이고 국민의 생활양식까지 변화시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정부가 주도하고 민간이 적극 참여하는 방법으로 추진 되어야 성공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위해 정부의 강한 의지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앞으로 많은 의견제시가 있을 것으로 본다.

셋째, 통신사업 구조조정 문제다. 이 문제는 일관성 없는 기준 때문에 누가한마디 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 단적인 예로서, 금융업은 업종전문화의 잣대로 통신 사업은 경제력 집중이라는 잣대로 각각 재단하려고 하지만, 금융 업은 현실성의 문제가 있고 통신사업은 전문성의 문제가 있다. 현실성이 없으면 실현이 불가능하고 전문성이 없으면 산업의 퇴보를 초래한다.

통신사업구조조정도 당초에는 규제를 과감히 해제한다고 발표되었지만 정부 의 조정안은 핵심규제인 대주주 지분구조를 그대로 계승시키고 있다. 이제는업종전문화나 국제경쟁력의 잣대가 적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경제 력 집중이라는 국민정서적 주장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문제에 대해 통신 개발원은 현행 유지를 제안했지만 산업연구원은 내국인 지분 제한을 폐지하고 외국인 지분율은 UR협상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문제는 국가장래를 생각하는 입장에서 결정되기를 바란다.

넷째는세계 50대 통신기기 제조업체에 한국의 어느 기업도 랭크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문맥상으로는국내 4개 교환기 제조업체에 대한 지적이라 판단된다. 생산 규모에 있어 인용한 자료를 91년 기준이라고 하고 있는데, 국내 개발 교환기인 TDX-10 이 설치 운영된때가 91년이고 같은 해에 TDX-1B급이 베트남에 수출되고 92년부터 TDX-10급이 수출되기 시작 하는 등 국내 교환기업체가 본격 해외 시장을 개척하면서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기 시작한 이런 시점에 단순한 생산규모의 비교는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고 본다.

또저개발국 진출시에도 서로 화합하기보다는 출혈경쟁으로 일관하고 있다고지적하고 있는데, 각사가 수출한 지역을 검토해 보면 출혈경쟁이 될 수 없게분포되어 있다.

그리고교환기와 전송장비를 각각 전문화하여 세계적 기업이 되도록 통신 기기 산업의 재편을 말하고 있으나 세계적 통신회사로서 교환기와 전송 장비를 함께 하지 않는 기업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상에서밝힌 것처럼, 중요한 과제에 관해서는 문제점과 방법을 공개적으로 제시하고 공정한 토론을 해야 한다는 제안에는 적극 찬성한다. 다만, 이런 공개토론이 가능하도록 사회적 성숙을 위하여 함께 노력할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