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대학 "창의기초연구" 살리자

정보화 시대에 있어서 정보는 곧 지지을 의미한다. 이때 지식은 인간의 정신적 노력을 통해서 얻어진 소산을 통칭하는 것으로, 학술.기술.예술을 모두포함한다. 지식의 측면에서 정의한다며 정보화시대는 모든 지식이 상품화하는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정보화시대가 농경시대, 공업화 시대를 거쳐서 도래하게 되는 것은 이 과정을 통해 성숙한 기반구조위에서만 지식 산업이 자리잡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정보화시대에 있어서도 그 하부구조를 형성할 통신시스템이 구축되고 그 위에 놓일 정보처리 및 저장 기능이 성숙되어야만 소기의지식산업이 꽃필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은 일련의 천이 과정 속에 가장 중요한 몫을 담당하게 되는 것은결국 학술.기술.예술 각 분야에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지식 창출과정은 연구.발명.창작 등 분야마다 달리 부르나, 이 과정에 있어서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공통적인 요소는 창의력이다. 그러므로 정보화시 대를 대비한 준비 사항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력을 갖춘 인력을 양성하는것이라 할 수 있다.

작년 1월, 어떻게 하면 대학이 정보통신분야에 있어서 창의적 연구 능력이 있는 인력을 양성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교수 2백여 명이 도고 한국통신수련관에 모여 토론회를 벌인 일이 있다. 전자, 정보, 통신, 음향, 정보보호, 전자파 등 6대 학회 공동 주최로 열린 초유의 범분야, 전국적 대토론회였다. 이 토론회를 통해서 과거 지엽적으로 거론되어 왔던 대학의 창의적 기초 연구의 필요성이 전국 대학의 공동 의견으로 결집되었다. 이것은추후 "창의 기초 연구"와 "창의응용 공동연구" 센터(TRC) 사업 제안으로 구체화되었고 정보통신부에 의해 창의적 인력양성을 위한 대학기초연구 사업 으로서 확정되었다.

대학창의 기초연구 및 TRC 사업은 창의적인 대학 연구 환경을 조성하고, 심도있는 연구토론 과정을 통해 창의력 개발 및 전수를 도모하는 그 자체가 창의적인 연구 사업이었다. 연구 과제를 연구자 자신의 최고 전문 분야 내에서자율 선택하도록 하고 3년간의 연구 기간을 줌으로써 기존의 위탁 연구로 서는 할 수 없던 심도 있는 전문성 연구를 할 수 있게 했고, 또 연구 결과를국제 권위 학술지 논문이나 국제 특허의 형태로 발표하도록 의무화함으로서 국제 수준의 연구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연구신용제도"를 설정하여 연구 실적을 누적 관리하고 연구 신용도를 차기 연구 과제 선정시에 반영함으로써 자신의 연구수행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했다.

이와 같은 취지는 널리 공감대를 형성했고, 지난 5월 20억원의 예산으로 착수한 첫 사업에서 6백56개의 연구과제가 제안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들중1백1개 과제만이 선정되었으므로 결국 6.5대 1에 달하는, 대학연구사업 사상최고의 경쟁율을 기록하게된 셈이다. 이것은 대학창의 기초연구가 일회용 "아르바이트 성" 위탁 연구밖에 없던 정보 통신 분야에 창의적인 기초연구를 위한 숨통을 터 주었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희망적인 출발은 장차 수준높은 창의적 연구 및 교육 활동으로 이어져, 연 3백개 연구과제가 지원되는 정상 상태에 이르게 되면 국제수준의 학술논문과 특허가 다량 창출되게 될 것이다. 이로써 한국의 학술 및 기술 수준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며, 아울러 정보화시대를 대비한 초석을 다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 들어 대학창의 기초 연구와 TRC 사업에 대한 우려 의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내년도분 신규 사업비 20억원 추가 확보가 미완의 상태에 있고, TRC 사업이 예산을 확보한 상태에서 아직 실행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혹시 담당공무원이 창의기초 연구 사업이 갖는 정보화 시대 대비적인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또 종래의 위탁 연구와 혼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기도 한다. 필자는 이것이 단지 기우에 불과하리라고믿으며 설혹 다소 업무처리 지연은 있을지언정 이 창의적 연구인력 양성 사업에는 한치도 차질이 없어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거니와, 산업사회 변천과정에 있어서 정부가 담당해 야할 가장 중요한 책무는 장래 변화에 대한 예측과 이에 따른 장래 대비조치 이다. 요즈음 물의를 빚고 있는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 문제의 경우도 외형 적으로 나타난 비자금 5천억보다 더 큰 문제는 그 비자금 조성에 한눈 파느라고 원래 했었어야 할 장래 대비 업무를 태만한 데에 있다. 이를테면 그 당 시마땅히 해야했던 장래 교통량 증가 예측과 대대적인 교통망 확충사업의 불이행으로 인해 오늘에 겪게 되는 출퇴근길의 혼잡과 이에 수반된 산업 및 사회적 손실은 5천억원의 수십 수백 배에 달할 것이다. 정보화 시대를 대비하는마당에 있어서는 이와 같은 우를 범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