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29)

사내가 외쳤다.

『그대들은 누구인가?』

하늘의 독수리가 대답했다.

-우리는 조로아스터의 화신이다.

사내는 다시 외쳤다.

『독수리여, 조로아스터에 대해 들려다오. 바다를 둘로 가르는 기적을 일으킨 모세의 지팡이는 나무지팡이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대들은 황금빛 날개로 조로아스터의 지팡이 끝을 장식하지 않았던가?』

-초인 조로아스터는 죽었다. 데바, 그 악에 의해 성전의 불 앞에서 무참하게 살해당했다.

『독수리여, 그 성전의 불이 보고 싶다. 나를 그곳까지 데려다줄 수 있겠는가?』

-그대여, 나의 날개 위로 올라타라. 내가 그대에게 성전의 불을 보여주리라.

사내는 독수리의 날개에 편승하여 기원전 2천년대의 여행을 시작했다.

하늘과 땅이 맞닿아 보일 정도로 광활한 초원 위로 일련의 무리가 떼를 지어 가고 있었다. 이들은 인도 유로피아족 유랑자들로서 이들의 이동은 엑소더스를 방불케 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노인과 젊은이가 앞장서 있었다. 바다. 안개가 많이 낀 바다에 이르렀을 때 이들의 긴 행진이 잠시 멈추었다. 갈림길이었다. 어디로 갈 것인가. 노인과 젊은이를 축으로 둘로 갈라졌다.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 바다의 이름은 카스피해, 젊은이가 이끄는 무리는 노인을 따르는 무리보다 수가 많았다. 젊은이가 이끄는 무리들은 옥서스강 계곡을 거슬러 인도로 갔다. 노인이 이끌던 다른 한 무리는 오늘날의 아르메니아(Armenia) 아제르바이잔(Azerbaijan), 그리고 이란 고원의 북서부 기슭을 형성하는 산곡을 뚫고 나갔다.

작은 갈림길, 하지만 이들의 물리적인 결별은 훗날 곧 문화의 결별을 낳았다.

노인은 고대 페르시아라고 부르고 있는 이란에 뿌리를 내렸다.

그곳의 토질은 대부분 사막이어서 건조한 기후와 더불어 사람들의 사고(思考) 또한 여유가 없었다.

사람들의 기질은 그 풍토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막과 건조한 바람은 사람들로 하여금 늘 긴장감을 가지고 주변을 주시하며 살게 했다.

농업과 유목생활이 병행되었기에 공격적이고 현실적인 기질과 함께 극도로 신중한 면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