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36)

구분이었다.

철저한 분리였다.

흑과 백이라는 경계선으로 나뉜 분단이었다.

선과 악, 밝음과 어둠의 구분이었다. 조로아스터가 부각시킨 상반된 두 영 중에서 악한 영은 후대에 와서 샤이틴(Shaitin) 즉 사탄(Satan)이라 불리게 되었다.

선과 악.

생명과 비생명.

조로아스터는 태초부터 있었던 각각 다른 두 영을 부각시켰다. 조로아스터는 선한 영과 악한 영은 생각하는 것도, 가르치는 것도 다르다고 했다. 뜻하는 것과 믿는 것,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도 다르다고 했다.

성격도, 영혼도 모두 다르다고 설파했다.

하지만 선과 악 두 영 가운데서 마지막에 거짓을 추종하는 자들은 지옥으로 떨어지고, 의를 따르는 이들은 낙원에 머물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사내는 외쳤다.

『독수리여, 조로아스터는 결국 선을 위해 악을 만든 것이 아닌가? 자기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해 악을 만든 것이 아닌가? 그리하여 인간의 영혼을 선과 악의 싸움터로 몰아 넣은 것이 아닌가?』

사내는 계속 외쳤다.

『그렇다면 선과 악 간의 영원한 투쟁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아후라 마즈다는 언제까지 자신의 대립자와 공존 체계를 고수할 것인가? 악이라 불리는 앙그라 마이니우는 언제까지 인간의 영혼을 괴롭히고 방황케 할 것인가?』

사내는 다시 한번 외쳤다.

『신자들이, 다만 신자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갈등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인가? 신자들에게 준 그 갈등으로 조로아스터는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자기를 존재시키기 위해 구멍을 판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인간들을 그 구멍 속으로 밀어 넣은 것이 아닌가? 신자로, 다만 신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 구멍 속으로 빠트린 것이 아닌가?』

맨홀.

불꽃이 솟구치는 맨홀.

불꽃은 최후의 발악을 하듯 검은 연기와 함께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사내는 그 연기 속을 비행하며 환상여행을 계속했다.

맨홀에서 솟구치는 불꽃처럼 독수리의 목에 감겨 있는 뱀이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