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23)

뿌아아아아아아아-. 길게 이어지는 디주리두 소리.

사내는 입술의 형태와 위치에 따라 다르게 들려오는 디주리두 소리를 들으며 데이터를 검토했다.

게임, 어쨌든 게임.

사내는 어쨌든 게임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위성에서 수신된 데이터를 계속 검토했다.

9D1C57CF0DCB0CA291D946284957C9CB 09AA267D65826739DDA0CA09B4957CB3 06BEE5E0783DC5CB100CAA0094628495 7CCB49DDC57C09AA267D65826739DDA0 16진수의 32비트 데이터.

사내는 천천히 보던 데이터를 내려놓았다. 디주리두 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담배.

이 사이에 물고 잘근잘근 씹어대던 담배에 불을 붙이고 길게 담배연기를 빨아들였다.

사내는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위성의 커맨드의 패스워드가 변경된 것 정도는 괜찮다. 아직도 위성의 방향을 정상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어쩌면 그들의 능력으로는 위성의 자세를 정상적으로 잡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 반대로 아주 빨리 위성의 자세를 정상적으로 잡을 수도 있다. 우연은 늘 존재하는 것이니까. 그러나 어쨌든 괜찮다. 승부는 이미 결정되어 있고, 내일이면 게임은 끝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은 완전하게 프로그래밍되었고, 운용자도 능숙했다. 결과에 대한 착오는 있을 수 없다. 위성 커맨드의 패스워드가 변경되어 상황이 좀 복잡해졌어도 내일 게임이 끝나면 위성은 정상적인 자세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사내가 즐기고 있는 이번 게임의 프로그램은 상용 프로그램이 아니다. 이번 게임만을 위해 만든 특수 프로그램이다. 그 프로그램의 결론은 이미 확정되어 있었고, 그 결과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진정한 초인의 탄생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조로아스터.

3천년 후에 진정한 초인이 이 세상을 구원하리라는 조로아스터의 예언. 그 예언이 실증적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많은 것은 필요 없다. 컴퓨터와 사내의 열손가락이면 된다. 진정한 초인. 3천년을 기다려온 진정한 초인의 탄생을 많은 사람들이 곧 구경하게 될 것이다.

광화문 네거리에서 솟아오른 불꽃은 초인의 탄생을 축하하는 신호의 불꽃이었다. 하늘로 솟구친 연기는 잊혀진 시공을 잇는 가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