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한파에 따른 자금난과 경기위축으로 전자, 정보통신업체들이 올해 설비투자를 크게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산업부는 정보통신, 반도체, 가전, 자동차, 기계 등 20개 업종의 주요기업 2백개사를 대상으로 올해 설비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기업들의 설비투자액이 모두 24조2백43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투자규모가 31.0%나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17일 밝혔다. 이에 따라 해마다 증가세를 보여온 설비투자는 지난해 전년대비 9.7% 줄어든 데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전자, 정보통신 관련 업체들의 설비투자 계획을 보면 대규모 설비투자를 필요로 하는 반도체(8개사)의 경우 3조9천1백62억원(전년대비 35.5% 감소), 항공(3개사)은 3천8백80억원(-77.8%), 가전(11개사)은 1조7백81억원(-37.2%), 중전기기(9개사)는 1천5백41억원(-42.0%)으로 주요 업체들이 전년대비 35% 이상 설비투자를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동통신기기의 보급확대 등으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정보통신업체들(11개)도 올해 설비투자 규모가 2천1백35억원로 전년보다 21.9%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경기불황으로 인한 투자위축이 전 산업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함께 자본재 산업에 해당하는 기계업체들(19개사)은 올해 설비투자 계획을 작년보다 3.9% 줄어든 7천1백28억원으로 잡는 등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내용도 종전과 달리 생산능력 증대를 위한 투자는 34.6%나 대폭 감소한 반면 합리화(-20.7%), 연구개발(-10.6%), 공해방지(-25.9%) 등을 위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따라 전체 설비투자금액 가운데 설비능력 증대를 위한 투자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의 66.6%에서 올해는 63.2%로 낮아지게 됐다.
전자, 정보통신업체들의 연구개발부문 설비투자 계획을 보면 정보통신업계의 경우 전체 설비투자액의 31.4%인 6백72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혀 전체 투자액의 9.6%인 3천7백72억원과 15.5%인 1천6백73억원을 각각 연구개발비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반도체, 가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개발부문에 많은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능력 증대를 위한 투자에는 반도체 업체들이 전체 투자액의 52.9%인 2조7백52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반면 정보통신업체은 전체의 31.9%(6백82억원), 가전은 전체의 30.6%(3천3백6억원)을 각각 설비능력 증대를 위해 투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전자, 정보통신업체들의 올해 설비투자가 대폭 감소한 이유는 IMF 체제로 인한 고금리 및 금융경색, 경기위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 자본재의 수입도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통산부는 설명했다. 통산부는 그러나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의 경우 저성장 체제 하에서도 연구, 개발 및 합리화 투자를 중심으로 꾸준히 투자를 계속해 불황이 극심한 경우에라도 설비투자 감소폭은 10% 안팎에 그친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설비투자 감소폭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통산부는 이에 따라 생산성 향상과 기술개발 투자를 위해 기업이 사업용 부동산을 양도할 때는 세금을 감면해주고 산업계, 학계, 정부가 공동으로 「산업별 투자 비전」을 마련해 제시함으로써 기업들의 적정 설비투자를 유도키로 했다.
<김병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