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SI업체 통폐합 "수면 위로"

효성그룹이 최근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에 맞춰 20개 계열사를 4개로 줄이는 방안을 발표함에 따라 그간 수면 아래에서만 논의돼왔던 그룹사 SI업체들의 통폐합문제가 본격 가시화될 전망이다.

효성그룹은 지난주 20개 계열사 가운데 효성T&C 등 4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16개사는 통폐합하거나 매각청산한다는 그룹구조조정 계획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효성데이타시스템, 효성정보통신,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등 SI관련업체들의 향방이 묘연해졌다.

현재로선 효성데이타시스템과 효성정보통신은 효성T&C로 통합되는 방안이 유력해지고 있는 반면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은 일본 히다치와의 합작관계로 처리가 다소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같은 움직임이 효성그룹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실제로 상당수의 그룹 SI업체들이 효성의 조치가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효성이 신호탄을 터뜨린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정부의 요구대로 계열사를 물리적으로 4∼6개로 줄일 경우 SI업체들이 현 상태로 존속할 여지는 상당히 줄어든다. 따라서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유지할 복안을 찾고 있다.』(K사의 한 임원)

특히 그동안 단순 하드웨어 판매에 주력해온 몇몇 그룹사 SI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계열사 정리에 부담이 적다. 하지만 수천명의 전문인력을 육성하며 정보화사업을 영위해온 SI업체들의 경우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 처리가 매출액 과다에 따라 우선 순위가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통폐합된다고 해도 SI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처럼 집중육성이 어려워 5년 내지 10년 정도 퇴보할 우려가 크다.』(D사 한 임원)

이에 따라 그동안 그룹 내에서 소규모로 영업을 해왔거나 통폐합설이 꾸준히 나돌던 K사, D사, H사, S사 등은 잔뜩 긴장하며 그룹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이같은 SI업체들의 정리를 긍적적으로 보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S사의 한 임원은 『그동안 국내 SI업계는 대외적인 경쟁력보다는 그룹내 물량을 자체소화해 외형확대를 도모한다는 방침아래 계열사를 유지해온 경향이 적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이번 조치를 계기로 아웃소싱 분위기가 확산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았다.

효성그룹에 이어 대다수 그룹들의 구조조정방안들도 늦어도 다음달까지는 발표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미 경쟁력을 확보한 유력 SI업체들의 경우 존속 내지 오히려 육성되는 방안들이 나오겠지만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은 「희생양」 역할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모든 결정은 정보화와 관련한 그룹 오너의 마인드에 달려있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김경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