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유통업은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산업의 전반적인 침체에다 IMF 한파에 따른 구매심리 위축,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증가추세 등이 소프트웨어산업을 고사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과연 소프트웨어 유통산업이 현재에 이르게 된 원인이 무엇이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3회에 걸쳐 시리즈로 엮어 본다.
<편집자주>
10여년전만 하더라도 소프트웨어는 상품이 아니었다. 국내에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할 무렵부터 값비싼 하드웨어를 구입하면 소프트웨어는 의례적으로 공짜로 끼워주는 서비스 품목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유통전문 회사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하고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 이상의 효율성과 값어치가 있다는 것이 강조되면서 서서히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그러나 업체간의 과당경쟁, 좀처럼 줄지않는 불법복제로 소프트웨어 유통산업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초엔 아프로만을 비롯해 세양정보통신, 한국소프트정보통신 등 국내 유통업계를 주도하던 대규모 유통업체들이 연쇄적으로 도산하면서 닥쳐온 위기상황이 IMF 한파로 소프트웨어 시장수요가 얼어붙으면서 소프트웨어 유통산업은 현재 붕괴직전의 사태에 직면했다.
그동안 복잡 다단한 구조로 돼 있던 국내 소프트웨어 유통체계는 업체간 과당경쟁, 출혈경쟁을 초래해왔다. 불과 4~5년전만 하더라도 소프트웨어 유통사업은 전문영역으로 참여업체가 정예화돼 있었으나 그 이후 전문성이 떨어지면서 총판 및 취급점 수가 크게 늘어나고 판매경쟁이 심화되면서 유통업체들이 취할 수 있는 마진 역시 크게 떨어졌다.
기본적으로 총판이나 대리점은 30% 안팎의 마진이 보장되어야 적정한 수준의 이익을 취할 수 있고 정상적인 기업 운영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과당경쟁이 보편화되면서 현재는 총판과 대리점 모두 적정마진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10% 가량의 마진에 만족해야하는 실정이다.
일례로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97 스텐더드」 패키지의 경우 지난해 4월초부터 실시하고 있는 실제 소비자가격제를 적용한다면 대리점은 39만~41만원선에 판매해야 적정마진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선 업체간 과당경쟁 여파로 그보다 훨씬 낮은 35만원 이하로 거래되고 있어 마진은 절반이하에 불과하다.
또한 대리점 관리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대형 총판들까지도 매출확대를 위해 기업 또는 일반소비자 대상의 직접판매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어서 과당경쟁은 출혈경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적정마진을 챙기기 못하는 것은 총판 역시 마찬가지다. 각 대리점은 원하는 제품을 조금이라도 싼값에 공급받기 위해 여러 총판을 기웃거리게 되고 총판은 대리점을 놓치지 않으려고 다른 총판에 비해 경쟁적으로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마진은 10% 이하로 크게 줄어들었다.
여기에 제 값을 주고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면 손해라고 인식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가세하면서 판매상의 가격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소프트웨어유통협의회 신근영 회장은 최근 유통업체 도산사태를 일컬어 과당경쟁을 초래한 구조적인 모순이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한다. 이미 도산했거나 현재 도산 위기에 처해있는 업체의 대부분은 하부 대리점의 부도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함으로써 도산위기에 처한 것이 아니라 유통업체간의 과당경쟁으로 인해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오늘날 소프트웨어 유통업계가 처한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과당경쟁 근절을 위한 업계의 자구노력이 요구된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