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6년 네트워크장비업체로 시작해 현재 전세계 라우터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시스코시스템스가 이번에는 인터넷을 화두로 삼았다.
시스코시스템스는 지난 4월 30일부터 이틀간 미국 새너제이 본사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 저널리스트 콘퍼런스」를 통해 올해부터 인터넷 분야를 집중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웹브라우저 등 인터넷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생산하거나 인터넷서비스사업을 전개한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전세계를 거미줄처럼 엮고 있는 인터넷을 가장 잘 지원하는 장비를 개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시스코시스템스의 존 챔버스 사장은 『인터넷은 사람들의 사는 방식(Way of Living), 배우는 방식(Way of Learning)과 노는 방식(Way of Playing) 등을 바꾸고 있다』며 『인터넷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어느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각종 장비를 만들어내는 것이 시스코시스템스의 사업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한 네트워크업체보다는 포괄적인 의미의 인터넷업체로 불리겠다는 것이 시스코시스템스의 의도다.
이를 위해 시스코시스템스는 인터넷 접속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아우르는 엔드투엔드(End to End)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는 라우터, 스위치 등 데이터 네트워크장비 외에 음성을 지원하는 통신장비 및 보안장비 등 다양한 제품이 포함된다.
이에 따라 현재 시스코시스템스가 가장 크게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는 데이터와 음성의 결합추세. 시스코시스템스는 기업 네트워크뿐 아니라 인터넷 역시 음성과 데이터가 자유자재로 통합, 전송되는 멀티미디어 네트워크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통신장비 업체인 루슨트테크놀로지가 데이터 장비업체인 유리시스템을 인수한 사실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맞서 시스코시스템스 역시 50억달러나 되는 막강한 현금보유고를 동원, 조만간 통신기술을 보유한 업체를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데이터통신과 음성통신 분야의 업체들이 1,2년 내에 벌이게 될 대회전에 대비, 관련기술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인터넷은 시스코시스템스에게 사업 아이템을 제공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최소비용을 투입, 최대효과를 거두는 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
시스코시스템스는 지난해 말 「시스코커넥션온라인(CCO)」로 불리는 인터넷 전자상거래 네트워크를 구축, 사업에 활용 중이다. 전자펀드전송(Electronic Fund Transfer)이라는 지불기술이 적용된 CCO는 시스코시스템스의 부품협력업체나 전세계 제품공급업체(디스트리뷰터)들이 제품구매 등에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올해 3월 현재 9백여개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하루 1천만달러의 거래실적을 거두고 있는 CCO는 전체 거래물량의 47%를 소화하고 있을 정도다. 이를 통해 시스코시스템스는 막대한 비용을 투입, 여러개의 장비 생산공장을 짓는 대신 서너곳에만 「사이버공장」을 두고 모든 장비를 거뜬히 생산, 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시스코시스템스는 CCO를 통해 모든 협력업체가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올해말까지 전자상거래 커넥션을 구축할 계획이다.
전세계 네트워크업계에서 제 1인자로 불리는 시스코시스템스의 가장 큰 장점은 네트워크환경의 변화에 가장 잘 대처한다는 점이다. 라우터를 시발로 각종 스위칭기술과 인터넷 접속장비를 제때에 공급하고 인터넷을 전자상거래에 활용하는 등 정보통신(IT)분야의 변화에 따라 민첩하게 움직이는 시스코시스템스의 변신은 끝이 없다.
미국 새너제이에 1백38에이커의 대지 위에 22개 빌딩과 1만여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세계 90여개국에 지사를둔 시스코시스템스가 이제 벤처기업을 넘어서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과 함께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불리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미국 산호세=이일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