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태 재미교포 실업가
수출전략상품으로 각광을 받아오던 중소기업형 전자제품이 생산원가 상승으로 경쟁력을 잃고 세계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업체들은 인건비가 싼 해외생산기지를 이용하고 있는 업체이거나 제품의 특성상 아직은 저개발국에서 만들기 어려운 제품 1,2종을 한시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업체들이다.
비록 저개발국에 진출해 있는 업체라도 불과 몇 년 이내에 그 나라의 토착업체들에 바이어들을 빼앗기고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는 과거 한국에 진출했던 일본 업체의 전례에서 보듯이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가격경쟁의 우위는 반드시 언젠가는 깨지게 돼 있다.
고기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생산품목을 전환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으나 사실 이것은 탁상공론에 불과할 뿐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자금력이 약한 중소업체가 만들 만한 고기술, 고부가가치 품목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소 전자업체가 살아남아 예전의 번영을 구가할 수 있는 길은 이제 사라진 것인가.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 판매전략 면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제품 생산능력이 좋다고 해서 제품이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전자업체들은 이 점을 간과하고 판매부진의 원인을 제품개발의 실패, 생산원가 상승 등 제품의 측면에서만 찾으려 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몇몇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다른 저개발국의 추종을 불허하는 생산기술을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거의 독점적인 위치에서 수주가 가능했으며 수주내용도 중장기성인 OEM 방식으로 안정적인 공장가동을 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생산능력 제고만으로도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러한 OEM 수출에 안주해 왔던 것이 우리로 하여금 시장장악에 대한 관심이나 노력을 등한시하게 만들었고 「수입상=해외시장」이라는 잘못된 관념을 만들었으며 수입상이 찾아가는 곳을 따라 공장을 옮길 수밖에 없는 종속적인 입장으로 만들어버렸다.
실제로 시장에서 구매 주체는 소비자이고 이것은 소매상, 도매상, 수입상의 과정을 거쳐 해외 업체들에 오더로 전달되는 것인데 우리는 지금까지 수입상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유통구조의 변화를 우리에게 유리하게 이용하자는 생각을 하지 못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미국을 비롯해 해외의 시장구조는 분명히 바뀌고 있다. 우리가 상대해 오던 수입상은 급격히 쇠퇴하고 있다. 따라서 수입상에만 의존하는 판매전략을 세웠다면 이는 분명히 잘못된 수출전략이다. 변화된 시장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생산위주의 소극적인 자세를 탈피해 적극적으로 시장을 장악해 나가는 마케팅 계획을 세워야 한다.
미국 및 EU를 중심으로 한 선진국 시장에서의 전자제품 유통경로는 「해외생산지-수입상-도매상-소매상-소비자」의 재래식 패턴에서 「해외생산자-해외생산지의 현지 판매회사-소매상-소비자」 또는 「해외생산자-소매상, 소비자」로 바뀌고 있다. 대형 소매업체의 발달, 소비자의 소득양극화 현상 등이 이런 구조변화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
필자가 제안하는 수출전략은 다음과 같다. 조합을 만들거나 뜻이 통하는 동종업종 회사들이 공동 출자한 수출회사를 설립하는 것이다. 또 공동 수출회사 명의로 외국 유명 브랜드를 인수하거나 선진국 시장에 애프터서비스 조직을 만들어 경쟁력을 높이며 브랜드와 현지 애프터서비스 조직을 앞세워 대형 소매업체와의 직거래를 추진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유명 브랜드를 이용해 후진국 시장을 공략한다면 중소기업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