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장비 및 재료협회(SEMI) 주최로 지난 13일 개막된 「세미콘 웨스트 98」 전시회는 급변하는 반도체 핵심장비와 재료산업의 최신 기술동향을 한자리에서 확인해볼 수 있는 의미깊은 자리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세계 반도체 장비 및 재료 시장이 최악의 불황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개최돼 차세대 장비기술에 대한 업계의 개발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현재의 불황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보는 좋은 계기가 됐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전공정분야 전시회에는 2천9백여 부스, 1천여업체가 참가해 그동안 개발해온 3백㎜ 웨이퍼 관련장비 및 재료와 구리칩 제조기술, 화학기계적연마(CMP) 및 고속열처리(RTP) 등 각종 차세대 장비들을 일제히 선보여 최근의 어려운 시장상황을 무색케 했다.
새너제이로 자리를 옮겨 개최된 후공정장비 전시회 또한 1천3백여 부스에 5백여개 업체가 참가, 향후 고속성장이 예상되는 볼그리드어레이(BGA) 패키지 관련제품과 각종 검사기능을 인라인(In-Line)화한 통합 조립장비들을 대거 출품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특히 전시기간 내내 열린 각종 기술세미나는 역대 전시회 가운데 가장 풍성한 수확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표준화 문제로부터 출발해 장비, 재료의 성능평가 등 각종 3백㎜ 웨이퍼 관련 현안과 차세대 패키지 기술에 초점이 맞춰진 이번 기술세미나는 70개 이상의 교육 프로그램과 1백20여개의 SEMI 표준화 미팅이 연일 개최돼 차세대 장비제조기술에 대한 세계 업계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또한 어플라이드, 램리서치 등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와 행사주최인 SEMI측이 베푼 고객만찬 및 환영회 자리에는 미국 유명가수들까지 초청돼 흥을 돋우는 등 이번 행사는 단순한 전시회 차원을 넘어 전세계 장비 및 재료 업계의 축제분위기를 연상케 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차세대 장비시장을 둘러싼 주요 장비 메이커들간 기술경쟁은 치열했다.
특히 차세대 반도체 칩으로 일컬어지는 구리칩시장에 대응해 주요 장비업체가 내놓은 각종 구리칩 제조 관련장비들은 이번 전시기간에 참관객들의 집중적인 시선을 받았다.
지난해 IBM이 세계 최초로 발표한 구리칩은 현재 반도체회로 합성물로 주로 사용되고 있는 알루미늄을 대신해 구리를 실리콘 표면에 부착시킴으로써 기존 알루미늄칩에 비해 40% 가량 향상된 신호 전송능력을 보유함과 동시에 전력소모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차세대용 칩이다. 이러한 구리칩 제조기술은 조만간 세계 주요 반도체업체들 사이에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기대되며 이에 따른 장비업체들의 대응제품 출시도 최근 본격화되고 있다.
화학증착(CVD)장비 전문업체인 노벨러스는 이번 전시회에 구리칩 제조용 각종 장비와 프로세스 기술을 하나로 묶은 구리공정용 「다마스커스」 제품을 전격 선보여 구리분야에서의 앞선 기술력을 과시했다. 특히 이 회사는 호텔 밖에 별도의 대형부스를 마련, 구리장비를 비롯한 각종 자사제품들을 단독으로 전시하는가 하면 향후 구리칩 관련기술의 개발을 위해 에처 장비업체인 램리서치사와 CMP 전문업체인 IPEC 등과도 기술제휴키로 했음을 집중 홍보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세계 최대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도 이번 행사에 총 80개 부스 규모로 참가, 알루미늄 및 구리 배선과 저유전체 박막(Low k Dielectrics) 등 각종 첨단기술을 구현한 최신장비들을 일제히 선보였다. 이 회사는 또한 구리장비분야의 홍보를 위해 관련 전문가들을 전시부스에 계속 상주시키며 주요 고객과 언론을 상대로 연일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향후 구리시장에 대응한 첨단장비의 개발계획을 전세계에 알리는 데 주력했다.
특히 어플라이드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선보인 새로운 공정 플랫폼의 플라즈마 방식 화학증착(PECVD) 장비인 「프로듀서(Producer)」는 기존 반도체장비의 틀을 깬 획기적인 제품으로 관람객들의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다.
프로듀서는 기존 매엽식 웨이퍼 공정기술의 이점과 여러장의 웨이퍼를 함께 다루는 멀티 체임버 방식의 장점을 상호 결합한 혁신적인 구조로 2장의 웨이퍼를 동시에 처리하는 트윈 체임버를 단일 장비내에 3개씩 장착, 6장의 웨이퍼를 함께 가공함으로써 시간당 1백장 이상의 빠른 웨이퍼 처리능력를 구현한 세계 최고속 장비다.
프로듀서가 채택한 이 혁신적인 구조는 최저의 장비운영비로 최대의 수율과 높은 생산성을 거두고자 하는 반도체업체들의 요구에 부응한 것으로 이러한 핸들링 구조가 향후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적용될 첨단 반도체장비의 새로운 기술표준으로 자리잡게 될 것임을 예고했다.
반도체 노광장비인 스테퍼분야 또한 이번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ASML, 니콘, 캐논, SVG 등의 스테퍼 전문업체들은 0.25미크론 이하의 초미세회로 공정에 대응하기 위해 한장씩 여러번 찍어내던 기존 스텝방식 제품과는 달리 반도체 회로에 따라 광원렌즈를 레티클과 함께 움직이며 투사하는 스캐닝 방식의 리소그래피 장비들을 이번 전시회 주력제품으로 선보여 리소그래피 장비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음을 입증했다.
특히 일본 니콘은 회로선폭 0.25미크론 이하에까지 대응할 수 있는 스텝&스캐닝(Step & Scanning) 시스템 「NSR S202A」와 회로선폭 0.35미크론 수준의 i라인용 스캐닝 장비 「NSR S102B」를 선보여 이 분야 선두업체로서의 위상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이와 함께 세계 DUV용 스테퍼시장에서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ASML과 SVG도 자체 개발한 2백56MD램 이상 차세대 반도체 제조용 스캐닝 장비들을 일제히 출품해 향후 이들 업체간 치열한 시장경쟁을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세계 스테퍼시장에서 다소 뒤처지는 인상을 주고 있는 일본 캐논이 당초 예상을 깨고 회로 선폭 0.18 미크론에 대응하는 3백㎜ 웨이퍼용 스캐닝시스템을 이번 전시회에 전격 출품해 관련업계를 긴장케 했다.
웨이퍼 세척장비인 웨트스테이션분야의 빠른 기술 발전 또한 이번 전시회에서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여러개의 배스(Bath)를 거쳐 웨이퍼를 세정하던 기존 방식과는 달리 하나의 세척용기로 전체 웨이퍼의 세정공정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한 단일 배스방식의 웨트스테이션 장비가 주류를 이뤘다.
CFM, 슈테아그, 일드업 등 미국 및 유럽 지역 업체들이 이번 전시회에 이같은 신개념의 웨트스테이션 장비들을 일제히 쏟아냄으로써 향후 세계 웨트스테이션 시장은 단일 배스방식의 제품이 주도해나갈 것임을 암시했다.
RTP장비의 대거 부상도 이번 전시회의 백미였다. 주문형반도체(ASIC) 등 주요 시스템IC는 물론 64MD램 3세대급 이상 제품으로 이전되면서 수율관리에 필수적인 장비로 RTP장비의 중요성이 대두되자 슈테아그, 어플라이드 등의 업체가 초당 섭씨 1백50도의 온도까지 순간 상승시킬 수 있는 고성능 제품들을 앞다퉈 선보였다.
이러한 추세로 볼 때 반도체 제조과정 중 이온주입후 어닐링(Annealing) 작업과 각종 미세 산화막 증착에 사용되는 RTP시스템은 향후 64MD램 3세대 이상 제품부터 현재의 수직형 퍼니스(Vertical Diffusion Furnace) 제품을 빠르게 대체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테스터 또한 이번 전시기간에 참관객들의 가장 많은 눈길을 모은 분야였다. 메모리, 로직, 혼성신호, 디지털 등 제품별로 다른 테스터를 채용해야 하는 기존 제품과는 달리 이번에 선보인 제품들은 복합칩시대에 대응한 「슈퍼칩」 테스터가 주종을 이룬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테라다인, 안도, 어드반테스트, LTX 등이 출품한 제품은 이러한 복합검사 기능은 물론 최고 64개의 소자를 한꺼번에 검사할 수 있는 초고속 장비들로 일본과 한국, 대만 소자업체들의 주목을 받았다.
조립장비분야의 경우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인 마이크로 BGA와 칩사이즈패키지(CSP)에 대응한 각종 장비와 조립 및 검사공정을 하나로 합친 반도체 조립용 인라인 시스템들이 대거 출품돼 앞으로의 기술추이를 가늠케 했다.
이와 함께 케이씨텍, 아펙스, LG실트론, 삼성항공 등 11개 한국업체의 부스에도 전시기간 내내 참관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미국 현지법인을 앞세운 케이씨텍의 활발한 영업, 홍보활동과 차세대용 에피 웨이퍼 및 3백㎜ 웨이퍼를 전시한 LG실트론의 앞선 기술력은 이번 전시회를 찾은 수많은 외국관람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행사 참관인수만도 약 1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세미콘 웨스트 98」은 세계 최대의 반도체 장비 및 재료 전시회라는 명성에 걸맞게 그 어느 전시회보다 규모나 출품작 수준면에서 가장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3백㎜ 웨이퍼, 구리칩 제조장비, CMP, 환경대응기술 등의 각종 차세대 장비 및 재료기술에 거는 세계 각국 장비업체들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새너제이=주상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