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창업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또 IMF로 인한 경제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벤처기업 육성안이 꾸준하게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벤처기업에 대한 인식수준은 여전히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벤처기업의 성공비결은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에 있다. 미래전망은 항상 많은 사람들의 관심거리다. 60년대말 미국의 한 유명한 연구기관이 90년대초까지 미래기술에 대한 종합적인 예측을 내놓았다. 불행히 이 예측 중에서 10% 정도만 지금의 현실을 불완전하게나마 반영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전혀 터무니없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80년대초에는 유인 달착륙기지가 건설될 것이며, 90년대초에는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병기가 전쟁을 대신하고, 개인용 수직이착륙 비행기 등이 선보일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이러한 기술은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또 향후 예상되는 기술로 3차원 TV를 통한 원격회의, 보통 고기보다 수십 배나 빨리 자라는 물고기와 해양목장, 바닷물의 담수화, 일기와 기후의 조절, 다용도 핵폭발(예를 들면 어렵게 터널을 뚫느니 아주 작은 핵폭탄을 넣어서 조그마한 산 하나를 통째로 뚫는 기술), 식욕 조절약, 학습과 기억을 강화하는 알약, 사이보그 인간 등을 지목했다.
당시 이 연구소의 미래예측 보고서를 믿고 이 가운데 하나에 막대한 돈을 투자한 사람은 아마 알거지가 됐을 것이다. 현실은 그렇게 책상에 앉아서 수식 몇 개나 도표로 설명하기에는 도저히 불가능한 수많은 변수와 복잡한 피드백 과정을 가지고 있다.
미래기술에 대한 예측이 틀리는 가장 커다란 이유는 과학기술에 대한 지나친 낙관적 시각에 있다. 과학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실험실에서 나와 상품으로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또 과학기술이 상용화된 상품으로 성공해 안정되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트랜지스터의 원리는 발명된 지 20년이 지나서야 라디오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발명품대회에서 수상한 많은 아이디어들이 아무런 이유없이 사장되는 것은 이런 현실을 잘 반영해주고 있다. 단순히 한 분야에서의 성공이 이와 유사한 분야의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미래예측이 틀리는 또 다른 이유는 기술발전을 맹신하는 사람들의 심리적인 관성 때문이다. 한때 제트엔진이 발명됐을 때 모든 분야에 이 기술을 접합하려는 지나친 확대해석이 있었다. 심지어 가정용 발전기, 자동차에까지 확대됐지만 지금에 와서 제트엔진을 단 자동차는 가끔 해외토픽에나 나올 정도다.
30년부터 영상전화기는 연구되기 시작해 당시의 기술예측에 의하면 75년쯤에 10만대 이상의 영상전화기가 보급될 것으로 보았지만, 아직은 광고에나 볼 수 있는 신기한 기계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보통 우리들은 아주 특별한 불편이 없는 한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려고 한다. 아마 더 값싼 영상전화기가 개발됐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전화기를 버리고 새 전화기를 구입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이미 40여년 전에 팩스장치를 이용한 신문이 개발됐지만 실패로 끝났다. 지금도 인터넷을 통해 아침신문을 읽을 수 있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종이신문을 훨씬 선호하고 있다. 아침에 펴보는 종이신문이 주는 심리적 안락함을 어떤 전자신문도 대신해주지 못하고 있다. 어느 시대든지 시대를 주도하는 기술이 있지만 이를 지나치게 확대 적용하는 것에는 항상 무리가 따른다. 컴퓨터 기술 역시 그러하다. 최근들어 유행처럼 탄생하는 사이버 가수, 사이버 대학생, 교수들의 등장은 그 실용성을 떠나서 우습기조차하다.
당국에서는 은행으로 하여금 벤처기업에 기술을 담보로 사업자금을 대여해주라고 독려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는 벤처사업이라면 무조건 좋은 일인 양 오해하는 데서 발생하는 참으로 무책임한 발상이다.
대학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젊음과 아이디어 하나만을 무기로 벤처창업을 꿈꾸고 있다. 패기있게 일을 추진하는 것은 좋지만 세상을 지나치게 만만하게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필자가 걱정하는 것은 대학생들이 차분히 기초지식을 연마해야 할 시기에 너무 일찍 세상에 나가서 열정을 소진해 버리는 것이다. 특히 지나친 낙관이나 신념을 바탕으로 한번에 모든 것을 털어서 벤처에 투자하는 일은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매우 위험한 일이다.
<조환규 부산대 전자계산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