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469)

연구실.

실내를 가득 채운 각종 자료들과 장비들이 나름대로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다. 한쪽 끝으로 주방, 그 앞으로 침실이 있었다. 침실과 주방 사이에 어지간히 큰 금고가 자리잡고 있었다.

『김 박사, 만일 독수리 칩의 바이러스를 구동시킬 수 있는 주파수를 찾지 못한다면 그 주파수를 차례로 발생시켜 볼 수는 없소? 출입문을 열 때처럼 말이오.』

『그것은 불가능하오. 출입문처럼 한정된 주파수를 조합하여 신호를 여러 개 발생시키는 것은 가능하지만, 주파수 자체를 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오.』

김지호 실장은 관련자료를 뒤지고, 김창규 박사는 컴퓨터의 파일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한동안의 시간이 흘러도 관련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 바다 쪽으로 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볕이 야금야금 실내로 파고들며 조바심을 다그치고 있었다.

『김 박사, 어떻소?』

『파일이 너무 많아요. 또 그 친구가 그런 중요 데이터를 함부로 방치시키지는 않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소? 그 친구가 돌아올 시각도 다 돼 가는데.』

『어쨌든 찾는 데까지는 더 찾아봅시다.』

김지호 실장도 각종 서류를 뒤졌지만 비슷한 자료도 찾을 수 없었다. 자료가 너무 많았다. 위성과 고객관련 시스템의 프로그램 데이터였다. 컴퓨터의 자판과 마우스로 자료를 찾고 있는 김창규 박사도 마찬가지. 대부분 창연오피스텔, 그 친구의 컴퓨터에서 확인한 자료들이었다.

『김 박사, 혹시 저 금고에 있지 않을까요?』

작업을 중지하고 주변을 살피던 김지호 실장이 열심히 마우스를 움직이며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김창규 박사에게 말을 건넸다.

『금고요?』

김창규 박사는 김지호 실장이 가리키는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금고였다. 주방과 침실 사이에 놓여져 있는 어지간히 큰 금고.

아무런 장치가 없었다.

다이얼도, 손잡이도 없는 민자금고였다. 어디로 전원이 들어간 흔적도 없었다.

『김 실장, 어떻게 된 것일까요? 여는 손잡이조차 없으니. 또 전자장치로 되어 있다면 키 박스나, 전원이 입력된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런 것도 없어요.』

김지호 실장도 멍텅구리 금고를 한동안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