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욕조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로버트 대위의 방으로 가자 그는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다. 그는 계속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던 모양인데, 아마도 내가 들어가면 듣게 하려는 의도 같았다. 그의 얼굴을 보니 자신의 바이올린 솜씨를 자랑하고 싶은 표정이 역력했다. 그가 켜고 있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곡으로 알려져 있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9번, 작품47, A장조 3악장이었다. 그는 악보를 보고 땀을 흘리며 열심히 연주를 하였는데, 나는 음악을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수준을 정확히 알 수 없었으나 별로 잘 켜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방안에 들어섰어도 멈출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한쪽에 서서 그의 연주를 감상했다. 그는 열심히 바이올린을 켰는데 연주 솜씨보다 그의 열성이 더욱 갸륵했다.
연주가 끝나자 나는 박수를 쳤다. 그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면서 무엇인가 칭찬을 듣고 싶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주 잘 켜는 군요. 언제 그렇게 배웠습니까?』
나의 말에 그는 만족을 하면서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았다.
『나의 어머니가 바이올리니스트고 아버지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였습니다. 나도 음악을 하려고 했지만, 아버지는 음악하는 것을 반대했습니다. 군인이 되기를 원해서 사관학교에 들어갔지요.』
아버지가 왜 음악하는 것을 원치 않았는지 이유를 묻고 싶었으나 나는 배가 고팠기 때문에 빨리 나가려고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그 이유를 설명했다.
『바이올리니스트인 어머니가 어느 피아니스트와 열애에 빠졌지요.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두 분은 이혼을 하였는데, 그 후로 아버지는 내가 바이올린을 켜는 것을 무척 싫어했습니다. 음악은 인간의 감정을 송두리째 마비시키고, 도덕감조차 상실시키는 악마와 같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음악이야말로 해서는 안된다고 했던 것입니다.』
나는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는 방을 나가면서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나 음악은 역시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미스터 초이?』
『그렇지요. 음악은 아름답지요.』
나는 얼른 맞장구를 쳤다. 그의 승용차를 타고 우리는 시가지로 나갔다. 그리고 크렘린 광장 옆에 있는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그곳에 서양식으로 되어 있는 고급 식당이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