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랑의 주식 나누기

인터넷부·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연말이라 이래저래 술자리가 잦다. 송년회 술좌석에 나가보면 한해의 사회변화상과 총체적인 경제성과를 피부로 체험할 수 있게 마련이다. 요즘 인터넷업계의 성지로 떠오른 서울 강남 테헤란밸리 근처 고급 유흥가는 문자 그대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예약해둔 술집 앞에서 30∼40분씩 차례를 기다리다 들어가도 돈쓰려는 손님이 줄을 선 까닭인지 종업원들은 별로 미안한 기색도 없다.

 한 유흥업소 직원은 하반기들어 강남 고급주점의 VIP고객군이 30대 「젊은 사장님」들로 물갈이되더니 최근에는 고객연령층이 30세 전후까지 더욱 어려지는 추세라고 귀띔한다. 술자리 체감지수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올 한해는 인터넷업계 종사자들에게 기대이상의 물질적 부와 신분상승을 함께 가져다준 최고의 시기였다.

 많은 젊은이들이 일확천금을 꿈꾸며 인터넷 벤처창업에 열을 올렸고 정부·언론의 바람몰이에 힘입어 지난해 망년회때는 꿈도 못꿨을 막대한 투자자금이 인터넷업계로 흘러들었다. 물론 어느 시대에나 행운아들은 있게 마련이다. 컴퓨터 좀 만지고 인터넷사업에 일찍 뛰어든 것만으로 정보사회의 상류층 진입을 보장받은 20∼30대 인터넷 전문인력은 진정 축복받은 집단이다.

 연말이라고 술자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불우이웃돕기도 한창이다. 몇십배 몇백배씩 누리는 벤처사장들의 부의 향유는 가진 것 없는 사람들에게 외면의 대상이다. 인터넷을 통해 불우이웃돕기 행사도 벌어지지만 이벤트성에 그치는 것이 고작이다. 이보다는 사장들이 직접 나서 자신에게 배정된 스톡옵션 중 다만 몇주라도 모아서 우리 사회 어두운 이웃에게 기증하는 색다른 「돕기운동」도 생각해 볼 일이다. 고아원·양로원 등에 기부된 회사주식은 그 단체구성원을 기업체의 지원세력으로 만드는 한편 정보사회의 소외계층에 새로운 희망을 던져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상징적이라도 자기 회사의 실체인 주식을 나눠주는 행위는 단순한 동정으로 전달되는 「금일봉」과는 분명 차원이 다른 일이다.

 행복한 한해를 보낸 인터넷업계가 어려운 이웃에게 인터넷세상의 희망을 나눠주는 「사랑의 주식나누기 운동」을 벌인다는 미담성 기사로 지면을 도배하는 것은 기자의 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