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산전업계 상실의 계절

최근 건설업계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는 승강기업계 관계자들은 너나할것 없이 착잡하다.

중견 승강기업체 K사 P사장은 『건설업계 종사자보다 더 답답한 심정』이라며 『당분간 국내 시장에서 신규 물량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가뜩이나 시장상황이 좋지 않은 때 터진 동아건설·현대건설 사태는 승강기업계에 거의 치명타가 될 것』이라면서 『이러다가 정말 회생불능 상태로 가는 것 아니냐』며 기자에게 되레 묻는다.

답답한 사람들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중전기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전기기업계는 한국전력공사 물량으로 간신히 버텨가고 있는 변압기를 제외하면 거의 빈사 직전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까지 발생하자 중전기기업계는 거의 「패닉」상태다.

수배전반업체인 A사 사장은 『언론에 오르내리는 큰 업체들은 그나마 어떻게든 살아남겠지만 이대로 가면 연말 회식자리에서는 사장들의 얼굴을 절반도 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국내 승강기·중전기기 등 산전업계는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이같은 악재를 만나 생존까지 위협받고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업계가 불황극복에 대한 의지를 잃고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박탈감은 한때 산업역군으로서 사회·경제적 스포트라이트의 한몸에 받았기 때문에 더욱 심하다. 산전업체들은 IMF사태를 몸으로 받아냈지만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그늘에 있었다. 벤처 붐이 일 때는 더욱 그러했다.

제조업의 회생에 대한 기대를 포기한 지 오래다. 중견 자동화업체 D사 K사장은 『사업을 한 20여년 동안 몇 번의 위기를 헤쳐왔다』면서 『서서히 가라앉는 느낌을 받는다』고 토로한다. 재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올해 말처럼 숨막히는 상황에 도달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연말에 닥쳐올 위기에 비하면 지금의 위기상황은 오히려 별 것 아닌 것 같다』는 K사장의 말은 절망감 그대로다.

으레 나오던 정부의 제조업 육성 정책마저 요즘은 나오지 않는다. 언제쯤에야 산전업계에 한가닥 희망의 빛이 보일 것인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의지가 아쉽다.

<산업전자부·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