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제3시장 지정기업들은 시장탈퇴건을 결정하기 위해 개최하려 했던 이사회를 무기한 연기했다.
제3시장에서 탈퇴하려면 주주동의 문제가 있는데다 이번주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컴덱스쇼에 참가하는 업체들이 많은 등 이사회 개최 시기가 맞지 않는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IT기업이 60%에 달하는 제3시장의 성격상 컴덱스쇼 참관이나 주주동의 문제 등이 이사회 개최에 영향을 줄 만한 요인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번 이사회 연기는 지난달 재정경제부가 제3시장 지정기업들의 매매제도 변경에 대한 의사가 없음을 밝혔을 때 보였던 제3시장 지정기업들의 반발과는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재경부의 발표 직후만 하더라도 11월 초 제3시장에서 지정기업들의 무더기 탈퇴사태가 기정사실처럼 굳어졌기 때문이다.
제3시장 와해 분위기의 시작인 셈이었다.
사실 이번과 같이 이런 저런 이유로 이사회 개최가 연기됐지만 제3시장 지정기업들의 자진철회 문제는 말처럼 그렇게 간단치 않다.
코스닥 등록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제3시장 기업들로서는 집단탈퇴가 나중의 기업 활동에 하나의 걸림돌로 작용할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업력도 짧고 기업 규모도 크지 않은 기업들의 경우에는 집단탈퇴의 와중에서 괘씸죄에 걸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코스닥시장에 진출해도 무리없는 제3시장 내 우량기업들이 동참해주지 않는 것도 제3시장 집단탈퇴 움직임의 응집력을 얻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굳이 내년 초 코스닥시장에 진출하는 데 관련 기관의 눈밖에 날 필요가 없거니와 제3시장에 대한 미련도 전혀 없는 탓이다. 아울러 홍보를 목적으로 제3시장에 일단 진출은 했지만 제도 변경의 흐름에는 전혀 관심없는 기업들이 많다는 것도 제3시장협의회를 중심으로한 힘의 집중을 흐트러뜨리고 있다.
제3시장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제3시장 탈퇴 문제는 꼬이고 꼬일 수밖에 없다. 업체마다 이해득실이 판이하기 때문이다. 제3시장협의회가 이런 속내를 진작부터 알고 있으면서도 모처럼의 강경한 공약을 미뤄 스타일만 구긴 셈이 됐다. 어차피 제3시장이 풀기 힘든 문제를 가진 마당에 단호한 대응이 기대됐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제3시장 지정기업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던 협의회의 신뢰도에 금이 가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디지털경제부·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