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스템통합(SI) 업계가 지난 99년부터 추진해온 필리핀 국가지리정보체계(NGIS) 사업 수주가 양국간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지 1년이 지나도록 시범 사업에도 착수하지 못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국내 GIS업체간 연합법인인 마젤란테크놀로지(대표 정상림·김한기)와 공동으로 필리핀 NGIS사업에 참여키로 했던 삼성SDS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구체적인 사업협의를 위해 필리핀국립지리원(NAMRIA)을 방문한 결과, 당초 얘기와는 달리 NGIS사업 추진에 대한 필리핀 정부의 계획과 의지가 아직은 불투명한 것으로 판단돼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글텍·바스코·한국제일전산·한국지리정보기술·삼성오피스컴퓨터·대한아이에스씨·지오비전·오주에스넷·한국컴퓨터통신 등 GIS관련 중소기업 9개사 및 포스데이타·삼성SDS 등 대형 SI업체와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한국자원연구소·국토연구원 등 관련 국가 연구기관들이 공동으로 추진해온 필리핀 NGIS사업 수주 자체가 불발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그동안 필리핀 NGIS사업 참여를 주도해온 마젤란테크놀로지측도 『포스데이타에 이어 삼성SDS마저 사업참가를 포기할 경우 국내 SI사업자들에 대한 필리핀 정부의 전체 신뢰성에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해 향후 필리핀 등 동남아지역 해외 SI사업 수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필리핀 NGIS사업 = 필리핀 국가기본도의 수치지도화 작업과 함께 지적전산화, 행정전산망구축사업 등이 포함되며 1차로 추진할 수치지도 제작에만도 무려 3500억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될 초대형 GIS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지난 99년 11월에 김대중 대통령의 필리핀 방문에 맞춰 개최된 한국과 필리핀 경제협력위원회합동회의의 안건으로도 상정됐으며 한국과 필리핀 상공회의소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NGIS구축 및 기술교류에 관한 양국간 MOU까지 교환했다.
이 MOU에는 필리핀 국가지리정보체계 구축과 5만 대 1 지형도(642도엽), 1만 대 1 지형도(1만6000도엽), 5000 대 1 지형도(6만40000도엽)의 수치지도 제작은 물론 위성이미지처리·해양수심도·지질도·지적도 등 각종 주제도의 수치화 작업도 포함됐다.
◇프로젝트 수주 진행상황 = 이글텍(대표 정상림)을 포함한 6개 중소 GIS업체는 지난해 1월에 정보통신부와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지원을 받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자원연구소 및 ETRI와 공동으로 「마젤란테크놀로지」라는 연합법인을 설립했다. 또한 포스데이타와 함께 마닐라 현지에서 대규모 GIS관련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본격적인 NGIS 본사업 수주에 나섰다.
특히 필리핀 국립지리원청장, 부청장 일행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정보통신부차관, 건교부차관, 국립지리원장, 서울시장 등과 NGIS구축 지원방안을 논의했으며 10월에는 필리핀측 법률 고문단이 방한, 본사업 추진에 관한 계약서 문안까지 작성했다.
이러한 양국간의 발빠른 움직임으로 국내 GIS업계는 향후 필리핀 정부로부터 수치지도화 및 지적전산화와 행정전산망구축 프로젝트 등 10년간 총 5억달러에 달하는 대형 SI사업을 잇따라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불투명해진 사업수주 = MOU 교환에 이어 곧바로 필리핀 정부와 본계약을 체결하고 시스템 구축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되던 필리핀 NGIS사업은 마젤란테크놀로지와 공동 보조를 맞추던 포스데이타가 돌연 사업참가를 포기하면서 이상기류를 타기 시작했다. 포스데이타의 탈퇴로 지난해 9월, 삼성SDS가 마젤란테크놀로지와 필리핀 공동사업 계약을 체결하고 이 프로젝트에 참가했으나 본사업 계약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현재 필리핀 국립지리원측은 100만달러 정도가 소요되는 시범사업을 한국 업체가 무상으로 지원하면 본사업 수주에 우선권을 주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SDS측은 『대외경제협력(EDCF) 차관에 대한 우선신청 요구를 거절하는 등 NGIS 본사업 추진과 예산 확보에 대한 필리핀 정부측의 의지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100만달러를 아무런 보장 없이 지원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에 대해 마젤란테크놀로지의 정상림 사장은 『지난해 9월에 공동사업 계약을 체결한 삼성SDS가 내부사정을 이유로 사업추진을 계속 연기하더니 이제는 「시범사업 진행후 EDCF 차관을 신청한다」는 최초 약속까지 번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향후 전망 = 현재 상황대로라면 국내 SI업계의 필리핀 NGIS사업 참여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필리핀 정부가 EDCF 차관에 대한 우선신청 요구를 수용하거나 국내 정부가 마젤란테크놀로지에 파격적인 지원을 단행하는 방안이 있으나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또 EDCF 차관을 받을 수 있는 대형 SI업체가 100만달러를 날릴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파트너로 참가하는 방안은 더욱 실현되기 어렵다.
결국 정부의 지원아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해외 SI시장을 개척한 모범사례로 평가되던 필리핀 NGIS사업이 정확한 현지 정보조차 없는 가운데 국내 기업간 공조체제마저 와해된 최악의 실패 사례로 남게 될 위기에 처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