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무역 국가정책

한국 경제의 특수 여건상 대외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지난 수십년간 우리나라 무역정책의 제1순위는 단기적 무역수지 동향에 맞춰져 왔다. 이러한 정책기조는 70∼80년대 산업발전기는 물론 정보사회에 들어선 지금도 그대로다.

우리의 전통적 주요 교역국가는 물론 홍콩·대만·싱가포르 등 경쟁 교역국들이 모두 국가적 비전과 일관된 정책을 갖고 새로운 무역환경에 대처하는 반면, 우리의 전자무역 정책은 부재상태에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e코리아를 주창한 산업자원부의 고민은 말이 아니다. 전자무역 활성화를 통해 무역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는 갖고 있지만 구체적인 해법을 놓고 고심중이다. 관련업계는 전자무역을 위한 새로운 틀을 마련코자 하는 산자부의 의지는 일단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정책수립후 그 실천방안이 범국가적 총괄기능을 갖고 유기적으로 움직여 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자무역 국내현황 =포레스터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각국 e마켓플레이스의 전자무역 잠재력을 나타내는 「eMEI(eMarketplace Export Index)」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미국·캐나다 등 선진국은 물론 싱가포르·태국·인도에 비해서도 훨씬 낮게 나타났다.

광운대 심상렬 교수는 『대만·싱가포르 등 우리의 주요 무역경쟁국가들은 대부분 범국가 차원에서 전자무역을 지원·장려하고 있다』며 『현행 지원책과 같이 「당근」만 있고 「채찍」이 없는 상황하에서는 전자무역의 활성화는 요원하다』고 말했다.

오는 2004년이면 우리나라 e마켓플레이스의 수출량 규모는 86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660억달러), 독일(439억달러), 캐나다(388억달러)는 물론 비교적 정보화가 늦은 일본(150억달러)에 비해서도 크게 뒤처진 액수다.

실제로 지난 6일 산자부가 발표한 B2B 시범사업자 공모결과에 따르면 107개 신청 기업과 컨소시엄중 전자무역 부문 신청사업자는 단 두곳뿐으로, 현재 국내 전자무역 시장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대안 =한마디로 「전자무역 활성화를 위한 국가전략」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국가전략의 골자는 「글로벌화」와 「기반 인프라 구축 확산」이라는 양대축. 한국통상정보학회 이호근 교수는 『무역거래 관행을 감안할 때 전자무역 또한 각종 무역협정 및 각국과의 정책조율이 필수적』이라면서 『이와 함께 물류·결제·통관·외환 등 다양한 무역연계 인프라 정비도 보조를 같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한 역내 전자무역 네트워크 구축이 우선 현실적인 접근방안이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세계 무역질서가 북남미·유럽·아시아 등 경제권역별로 공조체제를 강화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의 경우 막대한 시장잠재력을 내세운 중화권과 정보기술(IT) 선진국인 한국, 오프라인 경제대국인 일본 등 3자를 중심으로 차기 「세력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전자무역과 관련해서는 적하목록 등 각종 무역서식의 전자전송과 각국 교역 당사자간 공개키기반구조(PKI) 연계를 통한 인증체제 구축이 당장 추진해야 할 과제다. 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인 전자무역환경을 위해서는 최소한 아시아권 내에서라도 물류·결제·인증·보안·신용평가 등의 업무를 온라인 처리할 수 있는 정책 협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업계의 전자무역 활용방안도 현실적인 문제다. 중소기업들의 정보화 환경 고도화에서 관련 법·제도 정비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대외무역관련 현행 제도·절차의 개선 △중소 무역업체 정보화 지원 △전자무역 관련 국가기관의 효율화 유도 △관련 인재 육성 등을 들고 있다.

이에 따라 주무부처인 산자부도 이같은 여론을 감안, 현재 실무차원에서 전자무역 관련 국가전략 수립을 검토중이며 늦어도 다음달까지는 기본계획을 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산자부는 복잡한 수출입 관련 절차와 관행을 과감히 통폐합하는 데 초점을 두고 총체적인 대안 마련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핵심난제=가장 큰 숙제는 다양한 업무절차와 관련 규정이 얽혀 있는 무역환경의 속성에서 기인한다. 당장 무역 관련 업무인 물류·통관·외환·결제정비를 동시 추진하려면 각급 관계부처와 유관기관을 광범위하게 참여시켜야 하지만, 이는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업계와 산자부는 물론 무역협회·관세청·한국무역정보통신·정통부·외교통상부·재정경제부 등 이해관계가 달려있는 곳도 다수 존재해, 정책입안 및 실행에 이르는 강력한 추진력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광운대 심상렬 교수는 『각급 부처와 기관들을 결집시키기 위해서는 이를 조율할 수 있는 범부처 차원의 추진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