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반도체산업 현장-상하이 푸둥 창장지구

상하이시 도심을 지나 황푸장을 건너 동쪽으로 20분 남짓 차로 달리니 잘 짜여진 한 산업지역이 성큼 다가선다.

 중국 과학기술의 요람이라는 푸둥 창장(長江)첨단기술개발구다.

 이곳의 녹지비율은 40%를 넘는다. 공단이라기보다는 거대한 공원에 들어선 듯하다. 정체가 심한 도심과 달리 이 곳의 교통은 원활하다. 사방으로 6∼8차선 도로가 잘 뻗어 있다. 지하철까지 단지 안에 들어와 정체란 없다. 푸둥국제공항까지 20분, 홍교국제공항까지 30분거리다.  

 금교(金橋), 조하경(漕河涇) 등의 인근 개발구와 마찬가지로 이 곳은 5∼6년 전만 해도 진흙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큰 길을 좌우로 세계 유수 업체들이 앞다퉈 세워 놓은 공장들이 도열했다. 지멘스·리코·샤프·NEC 등 세계 유수기업들의 로고가 선명하다.

 그 사이 상하이는 물론 중국의 미래를 담은 공장들이 새순처럼 자란다. SMIC·GSMC·상하이베링 등 중국 반도체업체들이다. 주로 합작사인 이들 회사는 저마다 16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이곳을 반도체 집적 단지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125∼150㎜ 웨이퍼와 같은 구형 라인이라고 보면 오산이다. 새로 생기는 공장은 모두 200㎜ 웨이퍼 공장이다. 다만 기술력은 떨어져 0.25미크론 이상 공정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투자열기는 뜨겁다. SMIC는 17억8000만달러를 들여 최근 200㎜ 웨이퍼 공장을 완공, 이달 20일부터 가동한다. 상하이베링도 조하경 개발구내 공장을 놔두고 이곳에 200㎜ 웨이퍼 공장을 짓고 장비를 활발히 들여놓고 있으며 내년 3월에 가동한다.

 ‘양안 교류’의 대명사격인 대만·중국의 합작사 GSMC도 내년 10월 가동을 목표로 공장 건물을 짓느라 어지럽다. 중국업체와 NEC의 합작사인 상하이화홍도 대규모 공장을 신축중이다.

 세계 반도체업체들이 설비투자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데 중국 반도체업체만큼은 마치 ‘아파트를 짓듯’ 라인을 세우고 있다. 기자를 안내한 현지 관계자들마다 자신감이 충만하다. 이들 업체는 반도체 불황인 올해에도 90% 가량의 공장가동률을 자랑한다. 

 한국에도 이처럼 여러 반도체업체의 공장이 밀집된 곳은 없다. 창장지구는 이렇든 반도체 투자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그 열기는 상하이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주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이틀간 열린 제1회 한중반도체산업교류회에는 한국에서 29개 회사가 참가한 반면 중국에서는 70여개 업체가 몰렸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업체들이다.

 불황기에 중국에 장비 하나 팔까 해서 이번 교류회에 합류한 국내 모 반도체장비회사 사장은 돌아오는 날까지 우울했다. 장비를 사겠다는 업체는 극소수이고 기술을 사겠다는 회사만 줄을 이었다. 장비를 들여다 판매하거나 생산시설에 투입하기보다는 선진기술을 도입해 자기 것으로 소화해 최고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이 현지 중국인들의 속셈이다.

 그 교두보가 바로 푸둥 창강지구다. 창강하이테크파크개발공사의 다이하이보 총경리는 “상하이 시정부는 첨단 반도체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투자는 물론 인력도 기업이 원하는 만큼 양성해줄 수 있다”고 장담했다.

 세계의 공장으로 발돋움한 전자대국 중국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반도체와 같은 첨단 핵심기술이 없다는 점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세계 반도체업체들을 향해 유혹의 손짓을 하고 있으며 한국업체도 예외는 아니다.

 반도체장비업체 선익시스템의 최창구 이사는 중국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최근들어 선전·홍콩·베이징·상하이 등을 샅샅이 살펴본 사람이다. 그의 말에서는 중국 반도체산업의 무서운 잠재력이 묻어나온다. “미국을 방문할 때 광활한 잔디밭 위에 토끼가 뛰어노는 자연친화적인 공장이 부러웠는데 푸둥산업단지를 둘러보고 유사한 느낌을 받았다. 중국은 당장은 우리에게 새로운 거대 반도체시장이지만 앞으로는 위협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전율을 느낀다”  

<상하이(중국)=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