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디스플레이업계도 합종연횡 바람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 이어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도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채산성이 악화된 업체끼리 합병하는가 하면 사업확대를 위한 합작투자가 최근 부쩍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디스플레이는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이며 기술장벽이 높다”면서 “치열한 투자 및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합작과 제휴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현황=세계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합작과 합병은 거의 열풍처럼 번지고 있다. 일본의 도시바와 마쓰시타전기는 최근 6대4의 지분으로 내년 4월 TFT LCD를 비롯한 디스플레이 사업을 통합한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또 일본 산요는 미국 이스트만코닥과 합작해 자본금 3억5000만달러 규모로 유기EL 전문업체(SK디스플레이)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대만의 TFT LCD 업체 ADT와 유니팩은 아예 합병 후 AU옵트로닉스를 세워 3위 업체로 도약했다.

 삼성SDI와 일본 NEC의 유기EL 합작사(삼성NEC모바일디스플레이:SNMD),후지쯔와 히타치가 세운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합작사(FHP), LG와 필립스의 TFT LCD 합작사(LG필립스LCD)와 브라운관 합작사(LGPD) 등까지 합작하지 않는 디스플레이 업체가 오히려 이상하게 보일 정도다.

 ◇왜 활발한가=정보화의 급진전으로 기존 브라운관과 TFT LCD에 이어 PDP·유기EL, 평판디스플레이(FPD)가 디스플레이 시장에 새로 등장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자체 약점으로 인해 크기와 용도별로 영역이 나뉘었으나 점차 허물어지는 추세다.

 임영모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차세대 디스플레이 전쟁’이란 보고서를 통해 “기술발전으로 각 디스플레이의 단점들이 극복돼 시장쟁탈전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스플레이에 반도체와 같은 기술이 접목되면서 투자규모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치열한 가격경쟁에 지친 업체들은 단독으로 막대한 투자비를 감당하기 힘들다.

 또 PDP·유기EL과 같은 새로운 디스플레이는 아직 이렇다할 제품 규격도 없어 투자의 위험성이 높으며 시장선점도 장담할 수 없다. 이같은 투자부담도 줄이고 신 시장을 선점하려면 다른 업체와의 제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망=지금까지의 합작 또는 합병은 생존의 위기에서 떠밀리면서 내릴 결정이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제휴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브라운관과 TFT LCD 등 기존 산업에서는 생존을 위한 합병이, PDP와 유기EL 등 차세대 산업에서는 시장확대를 위한 합작과 제휴가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제휴 형태도 전통적인 ‘족내혼’에서 ‘족외혼’을 바뀔 전망이다. 기존 디스플레이 기술뿐만 아니라 반도체·화학·재료 등 다양한 외부기술을 필요로 하는 시대에서 이 분야에 강점을 가진 전문업체와의 제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산요-코닥이 대표적이다. ‘이종교배’는 그 성공여부를 떠나 업계 전반의 기술발전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