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아프리카 IT시장을 잡아라>(1)사우디아라비아·남아공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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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계적인 IT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IT시장은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발생했던 미국의 9·11 테러 여파도 거의 미치지 않았다. 이는 이 지역의 IT산업이 이제 막 피어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이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의 IT산업이 향후 5년간은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섣부른 진출은 금물이다. 중동·아프리카 지역은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반면 지역별 IT격차가 심하기 때문이다. e정부를 슬로건으로 내건 나라가 있는 반면 전화선을 통한 인터넷 연결마저도 까다로운 승인절차를 받아야 하는 나라가 있다.

 분명한 것은 이 지역의 IT분야가 전세계 평균보다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고 또 이러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도 그동안 쌓은 IT기술을 바탕으로 신흥시장으로 떠오르는 이 지역을 주목해야 한다. 이에 본지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중동·아프리카 16개 지역 무역관과 공동으로 ‘중동·아프리카 IT현장을 찾아서’를 기획, 현지 시장상황 및 진출방법 등에 대해서 시리즈로 엮어본다. 편집자

 ◇사우디아라비아 - 아랍권 최대의 IT 수출시장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랍권 가운데 최대 IT제품 수출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우디상업은행(Saudi National Commercial Bank)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사이드 알 사이크 박사는 2000년 사우디의 IT시장 규모가 38억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이는 중동에서 IT상품의 거래가 가장 많은 UAE를 육박하는 수준으로 상승한 것이다. 성장세가 두드러진 제품군은 PC다. 2000년 PC시장 규모는 약 5억달러며 이 가운데 35% 정도가 현지에서 조립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인터넷 보급률은 매우 낮다. IT시장이나 IT산업 규모도 실제 나라의 경제규모나 인구 등의 잠재력을 감안한 수치보다 낮은 수준으로 더 높은 성장세가 점쳐지고 있다. 특히 정보화 수준이 일정 정도에 도달하면 주변국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나라의 PC 보급률은 100명당 5.7대다. 이는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의 평균인 6.8대에도 미치지 못하며 특히 100명당 14대인 바레인에 비해서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사우디가 주목받는 것은 강력한 정부의 IT화에 대한 의지 때문이다. 최근 사우디 정부는 ‘사우디 전자상거래 프로젝트(Saudi e-Commerce Project)’를 수립해 통신인프라·전자서명·전자대금결제에서부터 정보보안 및 안전에 이르기까지 전국가적인 IT종합 프로젝트를 설정,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상무부·재정경재부·왕립과학기술연구소(KACST)·사우디텔레콤(STC)·사우디아라비아중앙은행(SAMA) 등이 주축이 돼서 진행되며 총 13개 분야로 나뉜다.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는 곳은 왕립과학기술연구소로 전자상거래 인프라 및 보안체제 구축을 담당한다. 또 사우디연합상공회의소는 기업간(B2B) 또는 기업과개인간(B2C) 전자상거래 홈페이지를 개설한다. 이번 프로젝트로 사우디의 IT산업이 고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배경에는 바로 통신사인 사우디텔레콤이 인터넷 보급을 위한 통신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상무부는 전자상거래의 중요성과 장점 등을 대국민 및 기업에 홍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젝트가 사우디의 IT산업 성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은 어느정도 자명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IT산업을 견인하는 업체로는 제라이시컴퓨터스(Jeraisy Computers), 컴퓨터시스템스엔지니어링(Computer Systems Engineering), 사우디비즈니스머신(Saudi Business Machine), 애러빅컴퓨터시스템스(Arabic Computer Systems), 자밀커넥트(Zamil Connect) 등이다. 회사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 업체들은 PC 등 하드웨어를 수입해서 성장한 업체들로 현재는 자체 컴퓨터 조립생산 또는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진행 중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무역관 김경호 관장

 사우디아라비아의 전자상거래 시장규모는 지난 2000년 GCC 전체규모인 19억달러 가운데 50% 이상인 1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상당하다. 이는 인터넷 통신요금이 중동에서 가장 비싸고 통신보급률이 상대적으로 낮음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으로 큰 의의를 둘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 사우디아라비아 IT수출은 대부분 하드웨어 쪽에 치중돼 있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 기업들은 내무부·경찰청·국방부 등의 단위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활발한 수주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단위 프로젝트의 경우는 각 부서의 예산이나 우선순위 여하에 따라 발주지연 사례가 많으므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역점을 두어 추진하는 ‘사우디 전자상거래 프로젝트’ 분야에서의 각종 기술협력 및 수주 등 기본적이고 포괄적인 기술분야에 관심을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왕위계승권자이며 현재 국왕의 건강상 이유로 실질적인 국가의사를 결정하는 압둘라 왕자가 역점을 두어 추진 중인 프로젝트임을 감안할 때 다른 어떤 프로젝트보다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임이 확실하다.

 아울러 이 프로젝트는 디지털 인증체계, 전자서명의 기술사양, 전자대금결제시스템, 방화벽시스템 등 전자상거래 솔루션에서부터 통신인프라 구축 등 정보통신분야와 e정부 프로젝트, 전자정부조달시스템, 전자상거래 웹사이트(B2B·B2C) 등 응용분야를 총망라하는 종합프로젝트로서 다양한 분야에서의 기술이전 및 협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우리 업계는가 주목해야 할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 아프리카 IT산업의 선두주자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프리카의 IT산업을 주도하는 국가다. 남아공에는 현재 3000여개의 IT기업이 활동하고 있으며 세계 IT시장 수익률의 0.5%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30위의 IT강국이다.

 남아공의 IT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과 유럽의 다국적 IT기업들이 대거 남아공에 진출해 기술이전을 진행해 왔기 때문이다. 또 남아공의 인구 4300만명 가운데 500만명의 백인과 100만명의 인도계가 일찍부터 IT산업에 눈뜬 것도 요인으로 들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을 차지하는 흑인들의 IT수준과 인식은 극히 초보단계에 그치고 있다.

 남아공의 IT시장을 보면 대부분의 하드웨어는 전량 수입하고 있다. 특징이라면 PC를 중심으로 IT하드웨어 대부분의 가격이 계속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네트워크 관련제품은 기업의 네트워크 확장 및 보수 수요 증가로 지속적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드웨어와 달리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부문은 상당히 발전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IT관련제품에 대한 아웃소싱이 늘어남에 따라 소프트웨어 및 IT서비스의 연평균 성장률은 20%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전자상거래·공급망관리(SCM)·고객관계관리(CRM)·지식경영 등의 응용모델이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측되며 향후 5년내 연간 20∼25%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아공 전체인구 4300만명 가운데 인터넷 접속자수는 전체의 4%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보급이 올해를 기점으로 크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며, PC와 인터넷접속 관련제품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유선통신 분야의 경우 올해 말부터 정부투자기업인 텔콤의 민영화로 새로운 경쟁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유선통신사업에 진출하는 업체들은 수요층 확보를 위한 서비스를 위한 신기술 도입을 비롯한 각종 IT인프라에 대한 수요증가가 점쳐진다.

 94년부터 백인들에게 보급되기 시작한 이동통신산업은 한동안 정체기를 보였다가 최근 흑인들의 휴대폰 보급 확대로 인해 지난해 28%의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으며 향후 지속적인 고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전체 휴대폰시장의 85∼90%를 점하고 있는 사전지불시스템(Pre-paid System)의 도입은 흑인 구매층의 폭발적인 수요로 이어져 시장확대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구매력 있는 젊은층의 구모델 교체 욕구 및 화려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흑인 젊은층의 구매 욕구

로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남아공의 IT산업을 주도하는 업체는 유선통신 독점 공기업이었던 텔콤을 비롯해 외국 다국적기업들이다. 현재까지 IT품목의 최대 수요처는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 이들이 1년에 소비하는 IT관련제품 및 서비스는 1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 텔콤사의 통신시장 독점이 끝나고 본격적인 경쟁시대에 돌입하면서 IT와 통신기술의 통합, 그리고 새로운 하드웨어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경쟁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리=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무역관 정길원 관장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의 대 남아공 수출 1위 품목은 자동차였다. 그러나 올들어 1분기까지 대 남아공 수출실적 1위 품목은 바로 휴대폰단말기다. 이 기간 동안 휴대폰의 수출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308%나 늘었다. 남아공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노키아를 제치고 우리 제품이 이 시장의 1위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휴대폰의 시장점유율 확대에서 알 수 있듯이 아프리카의 디지털 선진국인 남아공의 IT산업제품 시장진출 전망은 매우 밝다. 젊은층의 휴대폰에 대한 소비욕구, 무선통신시장 성장으로 인한 각종 관련 서비스 다변화, 유선통신 경쟁체제 도입에 따른 신기술 수요 증대로 IT인프라 관련제품 및 솔루션 시장규모는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의 IT시장 진출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남아공은 전통적으로 유럽과 미국제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후발주자인 한국제품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홍보와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이 필요하다. 남아공 유명 IT컨설팅업체인 BMI-T의 마크 로터 수석 애널리스트는 “IT에 대한 기본적인 개발 개념은 미국·일본이 우수한 반면에 한국은 이를 제품화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면서 “하지만 실제 IT수요자인 내국인들이 이것을 모르고 있으며 이은 한국업체들이 제품에 대한 홍보에 투입하는 비용이 미국·유럽 ·일본 등의 기업들에 비해 매우 낮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마크 수석 애널리스트의 말처럼 아직 우리 업체들이 충분한 대비가 없으면 진출이 쉬운 것은 아니다.

 현재 남아공 시장에서 한국산 PC 모니터와 주변기기 등은 이미 이곳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인터넷 관련 솔루션, 휴대폰 관련 각종 응용기술 등의 시장진출은 찾아 보기 힘들다. 이는 남아공의 위치가 지리적으로 원거리이며 상대적으로 가깝고 시장이 큰 중국, 동남아 등에 눈을 돌렸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이로 인해서 한국산 IT기술에 대한 현지인의 인지도는 높지 않다. 하지만 지리적 원거리 극복을 위해 탄생한 인터넷처럼 이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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