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자유토론

국내 정보기술분야 산·학·관·연 전문가 모임인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회장 한상기)’ 1월 월례 조찬 토론회가 28일 서울 강남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렸다.

 학계 및 산업계의 전문가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03년 IT산업의 예상과 해결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재민 더존디지털웨어 사장이 ‘2003년 소프트웨어 시장전망’, 이금룡 이니시스 사장이 ‘인터넷 시장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세계적으로 IT경기 불황의 골이 깊은 가운데 개최된 이날 모임에서는 국내 소프트웨어와 인터넷을 포함한 ‘IT산업 활성화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이날 모임의 주제발표 및 토론 내용을 요약한다.

 ◇서진구(코인텍 사장)=현재의 시점에서 소프트웨어 업계는 국제화를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나라 시장의 크기로 봐서는 기업이 10년 이상 비즈니스하기 어려운 규모라고 본다. 따라서 출발 당시부터 국제화에 대한 마인드를 갖지 않으면 영업하기 힘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의 규모와도 부분적으로 관계가 있겠지만 국제화를 외면하면서 실패하거나 어려워졌던 상품의 예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일본의 98계열 PC도 그렇고 국내 워드프로세서 제품 등 그런 사례는 얼마든지 많다.

 이런 상황은 정부도 잘 알아야 한다. 이를테면 코스닥 등록기업의 평가에서 현존가치를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제품과 기업의 국제화 혹은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도 굉장히 중요한 평가 항목이라고 본다. 국내시장에서만 매출이 일어난다면 매출은 어차피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금룡(이니시스 사장)=우리의 내부를 실제로 파헤쳐보면 팔 물건이 없지 않느냐는 의견도 많다. 다양한 경험을 해봤지만 이런 견해들이 일정부문 맞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의견은 IT분야에서도 들리고 있다. 우리가 수출에 나설 만한 확실한 제품이 있느냐는 의견들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경쟁력을 갖고 수출한 것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언제부터 혁신적인 브랜드나 기술력을 갖고 출발한 것이 있었냐는 생각이다. 또 국제화 준비가 안돼 있다는 말 역시 의미가 없다고 본다. 소프트웨어나 IT분야에서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준비된 세계적인 수준의 브랜드나 기술력이 과연 몇개나 되는가.

 본질은 현재의 상황에서 어떻게 잘 만들어 적재적소에 팔 수 있느냐의 문제다. 즉 기술력이나 브랜드의 있고 없고의 차원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가지고 있는 리소스를 최대한 활용해서 필요로 하는 수요처를 찾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자원은 계속 연계해서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도 아쉬울 때가 많다. IT산업의 규모에 맞게 공무원들의 배치가 안돼있다고 볼 수 있다. 잘 알다시피 IT산업은 우리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버팀목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수출관련 부서의 지원시스템은 그 위상에 걸맞지 않게 처져있다. 이런 것은 벤처기업인 자체가 풀기에는 너무 복잡한 시스템의 문제다.

 ◇김재민(더존디지털웨어 사장)=이상과 현실간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국제화 표방에는 반대의견을 갖고 있다.

 우선 전세계적으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국제화에 성공한 사례는 SAP를 포함해 몇개 기업이 안된다. SAP의 경우에도 독일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검증을 받은 후에야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 성공했을 뿐이다.

 우리의 경우는 이와 차이를 갖고 있다. 환경과 제품이 열악한 상황에서 해외에 자꾸 나가는데 이런 시도들은 힘든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국내에서조차 경쟁력에 대한 검증이 안됐는데 해외에서 얼마나 잘하겠는가. 보다 현실을 직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중국시장 하나만 갖고도 너무 힘든 문제가 많다. 하물며 몇개국에 동시에 진출할 때 발생하는 문제는 어떻겠는가.

 ◇오재철(아이온 커뮤니케이션즈 사장)=CMS 분야 제품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데 해외경쟁력을 갖춰 최근 수출실적이 꽤 늘고 있다. 올해 100억원 규모의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수출에 매달린 후 알게 됐지만 똑같은 제품이라도 한국보다는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터득했다.최근 사업비중을 다시 조정하고픈 생각이 들 만큼 국내시장의 수준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됐다. 수출가격은 국내 공급가격의 두배 이상은 받을 수 있으면서 복잡한 문제는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는 그런 시장 규모도 갖추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성조차 없다. 시장이 협소할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시장원리나 기술개발 위주의 노력보다는 금융지원으로 설립된 회사들도 많다.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비슷한 기능을 내세워 시장 전체를 덤핑경쟁으로 몰아넣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셈이다.

 ◇이금룡=맞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도기업들이 먼저 나가 시장을 개척해 놓아야 한다. 사실 국내에서 산업계를 리드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해도 해외시장 진출이 그리 만만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국내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들은 다양한 소비자들의 요구나 시장의 생태를 보다 먼저, 다양하게 접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점이 있다고 본다. 다만 기업들이 해외에 나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정부가 실마리를 풀어줘야할 것으로 본다.

 ◇한상기(벤처포트 사장)=올해의 소프트웨어 업계의 화두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이다. 기업의 글로벌화가 제대로 추진되려면 그 나라의 회사가 돼야한다는 생각이다. 과거 우리나라 수출에 적잖은 기여를 했던 종합상사와 같은 형식으로는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IT의 속성이 공업화시대 물건파는 일과는 전혀 다르다.

 물건을 파는 나라의 사람들도 고용해야 하고 투자도 그 나라에서 받고 고객도 만들어야 한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 기업들의 운영스타일을 보면 잘 드러난다. 매우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때문에 유연한 사고가 더욱 필요하게 됐다.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기업들이 고수했던 스타일은 더 이상 안된다.

 ◇박현제(주인네트 사장)=올 한해는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IT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다. 몇 년 사이 경쟁력을 키우지 않은면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세계의 제조공장화하고 있는 중국에 대다수의 분야가 밀려나게 될 것이 우려된다.

 결국 새정권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지금까지의 IT산업의 문제점과 기업인들의 의견을 수렴할 정책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IT산업이 얼마나 취약한 구조인지 예를 들면 네트워크 장비의 경우나 소프트웨어산업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쉽게 드러난다. 이런 구조에서는 세계적인 기업의 탄생이 힘들다. 인터넷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변화와 혁신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제대로 되는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

 며칠 전 인터넷 대란이 시사하는 것도 그동안 양적 팽창위주의 정책에서 내실이라는 측면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이제는 IT와 과학기술이 실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어떤 실제적인 도움을 줄 것인가 등 질적인 내용측면에서도 고려를 해봐야할 시기다.

 더욱이 우려되는 것은 지난해까지 인터넷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고 봤는데 적어도 양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올해는 일본에, 내년에는 중국에 뒤질 가능성도 크다는 전문가들의 예측도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장인경(마리텔레콤 사장)=지난 5년간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굉장히 많은 전략과 전술을 경험했다.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고생을 하면서 뭘 버리고 뭘 잡아야할지 많은 고민을 한 것이 사실이다.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올해는 미국 진출의 적기라고 본다. 현재 실리콘밸리의 인건비는 과거 벤처 열풍이 불던 시기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경쟁자들도 많이 도산한 상태다. 미국에서 모뎀사용자가 70% 수준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겐 호기가 될 수 있다. 사실 미국이야말로 세계적인 거대시장이다. 기회의 땅인 것이다.

 ◇박기순(아라리온 사장)=수출을 주도하고 IT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우리나라의 하드웨어 제조기술이 적잖은 역할을 했다. 잘 알려져 있듯 휴대폰이나 메모리 등은 세계적인 제조기술력을 바탕으로 국가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하드웨어로는 힘들다는 사실을 우려하고 있다. 경쟁자들이 무섭게 따라오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생활이나 기업활동에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송민정(KT 선임연구원)=최근 미국에서 개최된 PTC(Pacific Telecommunications Council) 2003을 참관하고 돌아왔다. 최근 5년간 IT관련 콘퍼런스에 참가한 경험을 되살리자면 매년 화두가 급진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큰 흐름은 네트워크에서 소프트웨어, 콘텐츠(엔터테인먼트 위주)로의 이동임을 알게 된다. 브로드밴드로는 우리나라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직 브로드밴드 사용도가 20%를 넘지 못하는 미국은 우리나라의 브로드밴드 폭발에 대해 관심을 드러낸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미국 사람들은 브로드밴드가 커질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아니 브로드밴드의 확대 자체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관심을 끌고 있는 디지털 가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드웨어도 PC에서 TV로 가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이들의 궁극적인 관심은 브로드밴드나 디지털TV보다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에 더 비중이 있다고 봐도 된다. 생활과 연계할 수 있는 콘텐츠로 고객 충성도나 가격이 이들이 갖는 주요 관심대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장창출력’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에서는 고객에 초점을 두고 끊임없이 시장을 창출하는 기업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위너 테이크스 올’이 현실화될 것이다.

 ◇하원규(ETRI 박사)=소프트웨어가 움직이는 무대는 많이 바뀌었다. PC를 기본 얼개로 하는 기본 소프트웨어에서 다른 형태로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앞으로는 PC 대 PC, 사람 대 사람에서 환경 대 PC, 생각 대 생각 등으로 환경이 변이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소프트웨어 산업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잘만 생각하면 현재의 사고와는 다른 형태의 기회는 많다고 본다. 올해부터 5년의 시작은 지난 5년에 비해 훨씬 더 큰 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다.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은 작고 모습도 형편없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기대치는 대단히 높은 분야다. 이참에 소프트웨어를 국민의 공동재산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봄 직하다. 소프트웨어 유통 전용망이나 전용 고속도로 혹은 소프트웨어 댐을 만들어 누구라도 전용망에 들어가면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콘텐츠의 보고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소프트웨어의 상업성 및 다양성이 보다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본다.

 ◇박현제=소프트웨어 생산기지가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하드웨어 분야에서의 위협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시장에서의 중국의 도전도 대비해야 한다. 중국은 인력과 시장을 바탕으로 IT산업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각에서는 소프트웨어의 10만 양병설을 주장하기도 한다.

 ◇황철증(정보통신부 과장)=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적어도 향후 5년 동안의 IT정책 기본방향과 IT산업 육성정책을 가이드할 새로운 기본원칙의 도출이 시급한 상황이다. 규제조직에서 지원 및 조장 중심의 IT산업지원 부서의 운영원리도 보다 유연하고 수평적으로 변화돼야 한다.

 예를들어 IT산업지원 담당 공무원의 조직이 개방된 태스크포스(TF)형으로 전환돼야 하고 예산 및 기금의 사용방법 등에 대한 수술이 필요하다.

 이는 기존 공사 개념의 도식적 구분에 의한 민관 역할분담론에 수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아울러 IT산업 분야에 민간의 요구사항과 이에 대한 지금까지의 정부정책의 갭을 찾아내 인터넷 시대에 맞는 원칙이나 방향에 입각한 정책 수정이 뒤따라야 한다.

 ◇한상기=최근 맥월드에서 스티븐 잡스가 새로운 브라우저를 만든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IBM 역시 그리드 컴퓨팅 기술을 차세대 전략사업을 삼고 10종의 그리드 컴퓨팅기반 제품을 내놓았다. 우리가 끝난 게임이라고 단정했던 분야도 그들은 관심있게 보고 있던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브라우저 시장을 잠식했다고 우리는 생각하지 않는가. 뒤처졌다 앞섰다를 논하기에 앞서 산업의 흐름을 관찰하고 기회로 이끌어내는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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