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열린 하나로통신의 임시 주주총회는 뉴브리지-AIG컨소시엄의 외자유치안 가결로 일단락됐지만, 표대결 과정에서 드러난 ‘대리인(프록시) 대립’ 양상이 앞으로도 다른 기업들의 인수&합병(M&A)이나 외자유치 등 주요 결정 과정에 적잖은 반향을 불러올 전망이다.
기업 전문가들은 이번 하나로통신의 임시주총 사태가 1차적으로 대주주 지분이 10%대에 불과한 취약한 하나로 경영권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특히 대주주인 LG그룹(지분률 18.03%)이 제2, 제3 주주 등 주요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내는 데도 실패해 결국 회사의 운명을 가름하는 주요 의사 결정이 반년이상 표류하는 초유의 결과가 빚어지기도 했다.
메리츠증권 전상용 연구원은 “대주주는 관련 지분을 합법적이고, 이성적인 방법으로 충분히 확보함으로써 경영권의 안정적 토대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외자유치, 유·무상증자, 합병 등 회사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안일수록 올바른 지분구조가 바탕이 돼야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하나로통신 사태도 허약한 대주주 지분 때문에 쌍방경쟁 구도로 흐를 수 밖에 없었던 전형적인 ‘대리인 전쟁’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대리인 전쟁’의 최대 약점은 바로 불필요한 경쟁구도속에 벌어지는 소모전에 회사 상황이 외부에 그대로 노출되고 만다는 사실이다. 이번 하나로통신 임시주총 과정 역시 바람직한 경영전략 및 사업진로를 위한 생산적 싸움이 아니라, 구성원들간에 감정의 골을 키우고, 지향점을 향한 회사의 일체화된 추진력을 갉아먹는 싸움의 성격을 탈피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임시주총장에서 만난 한 애널리스트는 “우리나라 기업 풍토아래서는 여전히 적은 지분으로도 우호지분만 잘 확보하면 기업 하나를 송두리째 지배할 수 있다는 그릇된 생각이 팽배해 있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수많은 적대적 M&A가 횡행하고, 문제를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기업 주총에서의 주요 결정시, 위임장을 포함한 대결 지분간의 근소한 표차나 위임장의 효력 문제, 투표결과에 대한 법적 구속력 등에 대한 법·제도적 장치의 마련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후 외국인 투자자의 영향력과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만약 또 다른 기업에서 하나로통신과 같은 임시 주총 사태가 벌어졌을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이제 전무하다시피한 관련 법 미비를 핑계삼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하나로통신의 ‘대리인 전쟁’ 경험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주총 문화와 기업 지분구조에 대한 시각이 글로벌 기준에 부합되는 쪽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 ET Ev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