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사회에서는 상품을 자신이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소유는 부의 척도를 가늠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자산 증식의 수단이기도 했으며 동시에 그 상품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에게 집을 사는 것이 평생의 목표이기도 했고, 다른 이들은 투자의 일환으로 골동품을 사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IT 사회에서의 재산으로 여겨지는 소프트웨어의 경우에는 이러한 논리가 전혀 타당치 않음을 주지하자.
소프트웨어의 가치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감소하며, IT 환경에서 얼마든지 복제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도 아니기 때문에 소유자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전제는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사이버 세상에서의 소프트웨어는 부를 나타내는 자랑거리는 될 수 있으나 어쩌면 그나마도 자신의 부를 낭비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사서 쓰는 소프트웨어의 가격은 빌어 쓰는 것보다 월등히 비싸기 때문이다.
사실상 소프트웨어를 전문으로 연구하고 개발하는 필자에게도 그 구매 비용은 버겁다고 느껴진다. 이럴 때는 무리한 지출을 감행하거나, 아니면 불법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이러한 가격 부담 요인과 불법 소프트웨어의 영향은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관련 산업의 발전을 가로 막는 요소이기도 하다.
따라서 필자는 미래 IT 세상의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소프트웨어 빌려쓰기’를 제안한다.
IT 상품, 특히 소프트웨어 빌려쓰기(ASP) 방식은 소비자에게는 괄목할만한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오는 동시에 생산자에게는 시장 확대를 통한 매출 증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된다.
ASP의 실천으로 청소년은 게임 이외의 소프트웨어가 거의 설치되어 있지 않은 현재의 PC방에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되고, 대학에서의 불법제품이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다.
ASP 시장의 확대로 소프트웨어 업체는 매출이 증가하고, 이를 재투자하여 계속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내는 선순환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소프트웨어를 빌려쓰는 또 하나의 이유는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이전 제품의 가격이 떨어지고 새로운 기능이 장착되지 않거나 호환성이 결여된 소프트웨어는 결국 쓸모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빌려쓰는 소프트웨어는 항상 최신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며, 호환성의 문제로 염려할 필요가 없으며 소프트웨어 패치 등에 의한 보안에 대해서도 안심할 수 있다.
자동차를 빌려 쓰면서 윤활유나 자동차 타이어 등을 걱정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금까지의 사회에서는 소유의 개념이 가장 중요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IT 사회가 열리는 시점에서는 빨리 ASP 서비스의 패러다임으로 이동하는 사람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
개인 뿐 아니라 IT 강국을 지향하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ASP 확산 운동은 미래의 사회에서 새로운 IT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3∼4년 전부터 정부의 정책으로 ASP 확산 운동을 전개해 왔지만 아직까지 잠재의식속에 만연해 있는 소유의 개념에 발목이 잡혀 빌려쓰기 문화는 아직 정착하지 못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이제는 ‘소유 의식’의 고리를 과감히 깨고 ‘빌려 쓰기’의 문화로 전이할 때라고 보여 진다.
미국, 일본 등 산업 사회의 선진국들은 웹서비스라는 형태를 통해 ASP 문화의 근간을 이루어가고 있고, IT 강국으로 발돋움하려 하는 우리에게는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IT 인프라가 잘 구축된 우리나라 이상으로 ASP 서비스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다른 나라는 아직은 없다고 보여진다.
지금까지 무리할 정도로 구축해 놓은 정보의 고속도로 위에 우리의 차들이 달리고, 나아가서는 외국의 고속도로에까지 진출하기 위해 ASP 서비스 확산 운동은 마지막 선택일 수도 있다는 중압감은 필자만의 지나친 비약일까?
◆ 성균관대학교 정보통신공학부 정태명 교수 tmchung@ece.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