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기업물류와 IT

 우리나라 기업들이 세계 경영에 나선지 오래됐지만 물류시스템만은 선진 기업들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초보단계에 머물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글로벌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부분이 아직 남아 있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다.

 최근들어 한국을 대표하는 몇몇 대기업들이 물류를 핵심 역량으로 판단하고 많은 관심과 투자를 시작했다. 특히 하드웨어, 물류 자동화 설비와 같은 외형적인 투자보다는 물류 프로세스를 혁신하려는 소프트웨어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더욱 고무적이다.

 지금은 물류의 핵심요소가 정보기술(IT)에 있다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고 있다. 이처럼 물류를 IT와 접목해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의 일이다.

 기업들이 기업물류 측면에서 공급망관리(SCM)의 중요성을 빠른 속도로 인식하게 되면서 물류가 변방의 단순 지원업무에서 핵심업무로 위치를 이동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업 물류개선 프로젝트의 목표가 SCM의 완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물류는 다른 업무와 달리 독특한 면이 있어 물류 IT흐름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한다.

 물류는 기업의 전통적인 기간 업무들 즉, 생산·영업·인사·회계 등과 비교할 때 자기 고유의 영역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 홀로서기가 잘 안 된다는 뜻이다. 이는 물류가 태생적으로 생산, 영업 등의 업무와 상대적인 역학관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기업이 물류 IT분야에 투자를 하고 있지만 ‘생산과 영업의 시녀’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물류 IT를 통한 성공적인 SCM 구축은 단순한 외형적 변화나 값비싼 외산 소프트웨어 패키지만으로 실현할 수 없다. 선진 외국 기업들은 산업구조의 특성상 지난 30년여 동안 소프트웨어적으로 물류업무개선을 추진해왔으며 기업환경의 다양한 변화와 IT 발전속도에 맞춰 물류단위업무들의 개선과 정보화를 병행했다. 지금도 상당 수준의 물류단위업무 프로세스 개선과 물류정보시스템을 도입해 혁신하면서 물류를 기업 핵심역량의 위치로 자리잡게 했다.

 선진 물류 IT체계를 도입한 선진 기업들도 마른 수건을 다시 짜 물류비를 절감하고 고객만족 수준을 더욱 높이려는 두 마리 토끼사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를 위해 SCM, 글로벌 비주얼리티 등을 다각적인 측면에서 새로이 검토하고 차세대 시스템으로 개선하는 작업에 나섰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일은 내부 물류요소에 대한 개별적이고도 기능적인 개선활동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최고경영자의 전폭적인 지원속에 전반적인 물류체계를 재조명하고 전사적인 물류혁신에 나선 기업들이 많지만 내부의 제반 물류요소에 대한 실질적인 개선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은 나머지 ‘많은 투자를 감행해 물류시스템을 도입했으나 생산 및 영업 프로세스의 하위 프로세스로서 방치해놓은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는 곧 외국 선진기업을 벤치마킹해 그들의 시스템과 솔루션을 도입한다고해서 SCM이 완성되거나 첨단 물류체계를 구현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물류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 채 외국의 신경향을 무모하게 좇다보면 되돌릴 수 없는 낙오를 경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전사적인 차원에서 물류의 효율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당면과제다. 이를 위해 물류자산에 대한 의사결정력을 갖는 권한을 물류조직에게 이양하라는 충고를 하고 싶다. 이는 단순한 물리(하드웨어)적인 물류개선 프로젝트의 함정에서 벗아날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물류단위업무의 기능 최적화(Functional Excellence)를 달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발판으로 삼아 최첨단 물류정보시스템의 도입을 함께 추구하면 이른 시간 내에 물류 선진화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물류 경쟁력 제고의 선순환을 시작하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형태-한국EXE컨설팅 사장 ht_kim@execonsult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