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성시장 갈수록 혼탁

불법임시개통·리베이트 과다 지급 등

 ‘번호이동성 시차제 및 010 통합번호’라는 새로운 환경을 맞아 과열·혼탁으로 치닫던 이동전화 시장경쟁이 규제당국의 감시 속에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최근 또 다시 치열한 양상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갖은 진통에도 번호이동성 시차제가 두달째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이번에는 부당광고·불법임시개통·리베이트에 대한 상호비방전이 거세지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한때 하루 2만2000건을 넘기기도 했던 번호이동 가입자 수는 최근 절반 아래인 1만건 이하로 꺾이면서 향후 이동전화 3사의 가입자 이탈방지·유치전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불법마케팅 논란=이동전화 3사의 과당경쟁·상호비방전이 또 다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최근들어 가장 큰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사안은 불법 임시개통이다. 임시개통이란 일선 대리점(또는 영업사원)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자신의 명의로 여러대 휴대전화를 미리 개통한 뒤 실가입자가 나타나면 명의변경 방식으로 가입시키는 불법 영업행위다. 후발사업자인 KTF와 LG텔레콤은 최근 SK텔레콤의 지난달 가입자 유치실적이 1만7000여명 순감소로 드러나자, 예상보다 가입자 이탈 폭이 크게 떨어진다며 SK텔레콤 영업조직의 집단적인 임시개통 행위 여부를 문제삼고 나섰다. 특히 비교적 영업현장 적발이 어렵다는 점에서 KT의 무선 재판매는 임시개통 행위의 온상이라는게 SK텔레콤과 LG텔레콤의 주장이다.

 또한, 최근에는 모 이동전화사업자가 본사 차원에서 영업현장의 임시개통에 관여했다는 내용의 문서도 유포되는 등 시장 전반이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과다한 리베이트(영업수수료)도 뜨거운 감자다. 리베이트는 본사와 대리점(도매상), 판매점, 소비자로 이어지는 이동전화 시장의 유통구조에서 대리점이 판매점에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의미하나, 이동전화사업자도 여기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게 통상적인 관례다. 한때 10만원대 언저리였던 리베이트는 현재 일부 지역 영업현장에서는 가입자 1명당 15만∼20만원선까지 치솟아 단말기 보조금으로 악용된다고 업계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경쟁사들이 올초부터 리베이트를 대거 올리면서 일부 지역 영업조직에서 15만원이상 지급사례가 파악되고 있다”면서 “본사에서는 자제를 강조하지만 자체 실적에 매달리는 탓에 통제가 어렵다”고 고백했다.

 ◇SKT에 대한 포문 재가동=후발사업자인 KTF·LG텔레콤은 한동안 뜸했던 SK텔레콤에 대한 공세를 다시 펼치고 있다. 10일 KTF·LG텔레콤은 공동 정책건의문을 정통부에 제출하고, SK텔레콤의 △010 통합번호 도입 취지를 거스르는 ‘스피드 010’ 브랜드 광고 △과다한 리베이트 지급행위 등을 공격하고 나섰다. 이들은 정책건의를 통해 “010 통합번호는 번호 사유화를 막기 위한 국가정책이며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3사간 합의에도 불구하고 광고 등을 통해 이를 전면 어기고 있다”면서 “정통부는 법에 따라 SK텔레콤의 번호광고를 즉각 중단조치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 후발사업자들은 이같은 정책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광고 금지를 위한 가처분소송 등 직접적인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현재 리베이트의 규제장치가 없다는 점을 악용, SK텔레콤이 50∼60% 높은 수준의 리베이트를 지급하고 있다며 공격했다. 이들은 정책건의에서 “단말기 보조금 지급 금지규정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하고, 시장감시단을 구성해 판매수수료·리베이트 등 마케팅 비용 상한선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욱 치열해지는 가입자 유치전=지난달 한때 하루 최고 2만2000명선에 달했던 SK텔레콤의 번호이동 이탈자수가 최근에는 1만명 아래로 꺽이면서 주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30만명에 육박했던 번호이동 초기 반짝수요가 시들해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벌써 나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동전화 3사의 향후 전략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SK텔레콤은 번호이동 이탈 최소화와 011 기변보상에 주력하면서 옛 ‘스피드 011’의 힘을 010 통합번호 시장에도 그대로 옮겨간다는 구상이다. 이에 맞서 KTF는 번호이동보다는 010 신규가입에 역점을 두고, 010 환경에서는 SK텔레콤에 앞서 선두사업자로 나선다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LG텔레콤은 양대 사업자의 틈바구니에서 올해 가입자 목표 600만명 돌파를 위해 이래저래 안간힘을 쓰고 있는 형국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