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기술 분야 산·학·관·연을 아우르는 전문가 모임인 정보통신미래모임(회장 정태명)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국산소프트웨어의 성장 가능성은’이란 주제로 9월 정기 토론회를 가졌다. 학계와 산업계를 대표하는 SW전문가 30여명이 자리한 가운데 개최된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국가 경쟁력 확보와 국민소득 2만달러 목표달성을 위해 소프트웨어 육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공감하고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배두환 KAIST 전산학과 교수가 주제발표를 했으며 김규동 핸디소프트 사장과 최충엽 신지소프트 사장, 이상은 소프트웨어진흥원 단장이 패널로 참석해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 방향에 대해 토론했다.
◇안철수(안철수연구소 대표)=국산SW는 경쟁력과 시장 규모의 문제로 귀결된다. 사실 국산SW의 경쟁력이 약하다는 말을 흔히 하는데 그렇다고 경쟁력 약한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또 SW를 헐값으로 구매하려하는 모순도 있다. 또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국내 IT시장규모가 세계 10위권에 들 만큼 결코 작지만은 않은 시장이라는 점에서 시장 규모가 작다는 지적도 정확한 표현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제대로 된 구조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휴대폰이나 네트워크 게임처럼 1년마다 신제품을 소비해주는 사용자들이 있다면 기업이 안정화 예산을 확보하면서 충분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결국 SW발전을 위해서는 산업인프라, 정부의 보완정책과 더불어 대기업 SI위주의 산업구조를 탈피,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이 우선적으로 갖춰져야 국산 SW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김홍선(시큐어소프트 사장)=사실 코어기술보다는 비즈니스 인프라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즉 핵심 기반 기술보다 이를 응용할 수 있는 기술이나 서비스 노하우를 이용할 수 있는 기술, 상업화하기 위한 기술 틈새 영역이 중요하다. 어차피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이런 분야에 중점을 두는 것도 좋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미국보다 유리한 점들도 많다. 풍부한 인적자원과 장기적인 기술축적, 얼리어답터, 테스트베드 등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계속 인프라를 바꿔주는 것은 좋다고 본다. 한국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필요로하는 글로벌 기업들과 제휴하면서 니치마켓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석환(변호사)=SW가치를 놓고 수요자와 공급자간의 견해차이가 많이 발생한다. SW업체들은 대기업들이 충분한 가치를 생각해주지 않는다고 하고 대기업에서는 전체적인 흐름이 있는데 개발업체만 따로 행동하려 한다는 의견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SW업체들과 대기업이 함께 가야하는 현실적인 상황에서 문제는 SW가치를 얼마 만큼 합리적으로 공유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잘 알고 있는 상태지만 자율적으로 가치에 대한 합의를 이끌기는 어렵다고 본다. 차라리 정부차원에서 기준을 제시해주는 조정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남영호(국민대학교 경상학부 교수)=중국에 진출한 온라인 게임업체들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온라인 게임 역시 퀄리티 문제가 있었지만 유저층이 확보된 안정적인 환경에서 서비스를 하면서 수정 보완이 가능했다는 점과 온라인 게임은 불법복제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온라인 게임은 SW산업에서 제기되는 현실적인 문제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순탄하게 기업의 틀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는 SW산업 육성이 순리를 따르는 방향에서 모색돼야 하지 정부나 관련단체가 꼭 성공시켜야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무리한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태명(미래모임 회장)=국산 SW의 성공가능성 여력은 아직도 많다. 이를 사용자와 공급자, 정부가 모두 인식을 해야하는 것은 물론이다. 또 공급업체들은 사용자를 존중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대기업 SI업체들은 그 고리를 끊어야할 것으로 본다. 기술 축적과 개발보다는 돈되는 사업 위주의 영업도 큰 문제다. R&D를 통해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선순환 고리를 창출해야 한다. 정부 역시 SW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지난해 IT부문에서 5억달러를 수출했다고 했는데 과연 SW기업들이 몇 개나 들고 나가서 세일즈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리=이규태기자@전자신문, ktlee@etnews.co.kr
◆패널토론
▲김규동 핸디소프트 사장
핸디소프트가 미국시장에 진출한 지 5년이 됐다. 지금까지 미국 민간기업 200여개, 연방기관 40여개의 고객사 확보 및 3000만달러의 누적 매출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국내 정부 부문 그룹웨어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70%를 점하던 업체가 14년간의 축적기술을 바탕으로 미국에 진출해 성공한 것이 어떻게 보면 수월했던 것으로 비춰지기 쉽지만 척박한 토양에서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보다 큰 요인은 코스닥 등록으로 1500억원의 자금투자를 받았던 것이 아닌가 싶다.
미국 시장이 그렇게 수월한 것만은 아니었다. 미국에 진출한 첫 3년간은 제품 판매실적이 없는 상태에서 1000만달러의 투자금만 들어갔다. 시장에서 버티기 위한 지속적인 자금여력이 있었기 때문에 지난해 1200만달러의 매출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SW업체들에서 일반화된 모델은 아니다.
결국 국내 SW기업은 자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고 시장 지배력조차 없다는 것이 결정적 문제로 귀결된다. 두 가지를 어떻게 해결할까 하는 문제는 초대형 기업들과의 결합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본다. 어려운 이야기지만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국산SW를 써주면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 우리는 대기업에 집중화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합의만 이루어질 수만 있다면 점유율 90%의 소프트웨어 패키지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 독일의 SAP은 자국에서 85%의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SW업체의 힘만으로는 절대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없다. 대기업이 참여한 공동의 SW기업 소유체제를 만드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예를 들면 미국시장에서 제품데모와 도입검토를 끝마치고 계약단계에서 미국 기업들이 요구했던 것은 미국내 레퍼런스였다. 미국에서 첫걸음을 내딛는 기업으로는 힘든 조건이었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들은 세계 어디든 지사가 없는 곳이 없다. 대기업들이 유기적인 협조를 해준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최충엽 신지소프트 사장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국산SW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신지소프트의 사례를 들어 보면 성공요인을 알 수 있다. 신지소프트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자바라는 세계적인 SW와 기술 경쟁을 하고 있다. 선과 같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춰야 그나마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SW를 가치 기반으로 값을 매기는 시작한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고 신지소프트도 이런 업체들 중 하나다.
물론 성공요인에는 한국에서 기술이 탄생됐다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우연히 만들었는데 한국이 그 분야에서 최고였고 고객도 풍부하고 다양한 사례검증을 통해 자연스럽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우리 웹사이트에 등록된 엔지니어가 1200명에 올 8월말 3200개의 회사가 등록돼 있다. 신지의 제품을 갖다가 활용하는 회사들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이며 국산SW의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현재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IT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를 많이 가지고 있다. 디지털TV와 휴대폰, 셋탑박스, 홈 오토메이션 등등으로 인프라쪽에서 많은 이점을 갖고 있다. 이런 분야에의 도전과 육성은 SW 육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SW사업을 하기 힘들다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휴대폰 단말기에 SW를 공급한 많은 업체들이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SW의 가치가 SI 프로젝트에 포함돼 버린다는 이유에서다. 또 대한민국에서 만든 세계 최고의 기술이 앞으로도 그럴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다. 한국에서 최고의 SW를 만들 수 있다고 인정하지 않는 문화 때문이다.
전체 사회적인 분위기가 SW회사를 키워주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 94년 아래한글은 경쟁제품에 비해 월등한 성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의 모습은 절대 그렇지 못하다. 우수한 기업을 글로벌하게 키우지 못하는 풍토는 개선돼야 한다.
◆주제발표:국산소프트웨어의 성장가능성
-배두환 KAIST전산학과 교수
SW산업은 지식기반 경제에서 부의 원천이자 산업 경쟁력 제고의 도구며 반도체 시장의 4배에 달하는 큰 산업부문이라는 점에서 중요성을 갖는다. 국내에서도 이런 중요성을 인식하고 SW산업을 살려야한다는 당위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국내 SW산업은 SW에 대한 인식의 문제와 시장 구조의 문제, 인력 양성 문제 등의 문제를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먼저 SW에 대한 인식의 문제로 제기하는 것이 흔히들 SW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외국에서도 40∼50명의 엔지니어가 SW를 개발해도 성공하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고 개발비용의 열 배 이상의 마케팅·유지보수 비용이 든다고 한다. 상업용 패키지 SW 개발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비용과 변수들이 존재하며 경쟁력 갖춘 SW의 경우에는 더 더욱 그렇다.
시장구조의 문제로는 패키지와 SI의 명확한 구분이 없다는 점이 지적할 만하다. 자료를 바탕으로 SW를 만들다보니 패키지 수준까지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팔수록 보완하기 위한 유지비 보수인력을 필요로 하게 돼 완벽한 상품을 만들지 못하고 이런 SW가 정당한 가격을 받을 수 없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되고 있다.
인력 양성체제도 많이 회자되는 문제다. 흔히들 직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이 없다고 지적하지만 기본적으로 학교에서 키울 수 있는 인력은 실전용이라기 보다는 잠재 고급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전용 인력의 양성은 산학연의 공조체제가 선행돼야 하며 SW에 회의를 느끼는 개발자들을 위한 비전 제시도 함께 따라야 한다.
결론적으로 SW는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소득 2만∼3만달러 시대를 위해 필요한 절대명제다. IT의 패러다임이 매우 빠르게 변화되고 전부 아니면 전무의 극단적인 성패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 학교, 연구기관간의 공조체제 마련과 풍부한 고급 인적자원의 적절한 활용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실례로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같은 국가에서 IT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SW개발과 상업화 모델 시나리오를 참조하는 것도 좋은 사례가 아닌가 한다. 양국은 처음에 국방분야에 엄청난 투자를 단행한 후 이를 자연스럽게 민간에 이전함으로써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SW회사들을 육성해 냈다. 우리의 경우도 어차피 자주국방을 해야 한다면, 하드웨어에 비해 절대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국방용 SW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이 부문의 특화를 통해 민간기업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방안도 SW에 대한 선순환 구조를 갖추는데 기여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