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데, 라디오에서 이런 말이 들린다.
“그 사람을 잊는다는 건 그에 대한 기억을 잊는다기보다 그 사람이 생각나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닐까요?” 예전부터 사람을 사랑하다가 헤어진 뒤 ‘잊는다’라는 것이 내 나름대로는 ‘기억을 잊는 게 아니라 희미해지는 거다’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라디오에서 나오는 말로 더 명쾌해졌다.
우린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고, 잊으며 잊혀지고 있는가. 언제나 연말엔 연초에 만났던 사람들조차 희미한 기억으로 묻어버리고, 새해엔 그저 좋은 일만 가득하라는 말로 서로의 기억들을 작년 속에 묻어버린다. TV에서 말하는 올해의 10대 뉴스엔 기억하기 싫은 일이 언제나 더 많다. 끄집어내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10대 뉴스에 오른다.
문득 사람이 죽을 때 주위 사람들이 슬퍼하는 이유는 그 사람이 죽는다는 사실 자체보다는, 죽으면 다신 그 사람을 볼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슬퍼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초가 되니 이런저런 생각이 실타래처럼 뒤엉켜 정신이 산란해진다. 과연 올해엔 나는 어떤 삶을 살까. 내일을 모르기에 세상 사는 게 의미 있다는 노래 가사가 생각난다.
혬/출처: http://blo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