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광장]건담 마니아 곽주현

건담을 좋아하고 수집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곽주현씨처럼 자신의 인생을 건담과 함께 한 사람은 극히 드물다.

건담에 대한 모든 것을 사랑하고 수집하며 스스로 만들기도 한다는 그는 이 시대의 진정한 건담 마니아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고 가정도 있지만 평생을 건담과 함께 하고자하는 곽주현씨의 눈빛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건담. 1974년 토미노 요시유키에 의해 창조돼, 일본 TV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된 이래 전세계에서 수많은 팬을 거느리며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불멸의 이름이다. 건담은 여타 로봇 애니메이션과 격을 달리하는 높은 완성도와 대하 드라마에 버금가는 스케일, 정통적인 권선징악에 대한 부정, 주인공과 주변 인물의 모호한 경계 등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왔다.

건담은 국내에서도 많은 열혈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데 곽주현씨(35세)는 그 중에서 최고 수준의 마니아다. 초등학교 시절 ‘소년 중앙’ 잡지 광고에서 처음 건담의 이미지를 보고 곧바로 빠지기 시작, 지금까지 건담과 인생을 함께 걸어오고 있다.

“건담은 다른 로봇들과 완전히 달랐지요. 보통 로봇은 가공할 만한 필살 병기로 등장하는데 건담에서는 평범한 유닛으로 분류되고 단순한 무기 중의 하나로 간주된다는 개념은 충격이었습니다.”

곽주현씨는 자신이 왜 건담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건담의 어떤 점이 매력있는지 단 한 문장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그의 건담에 대한 사랑은 ‘우주세기’까지이며 그 이후로는 흥미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담은 ‘시드’ 시리즈부터 감독이 교체되면서 많은 변형이 가해져 많은 건담 마니아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마니아들의 대부분이 그러하듯 곽씨도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올인’할 수 있었다. 1994년 잡지 편집 디자인 일을 하면서 그는 건담에 대한 모든 것을 구입하고 조립하며 부족한 색을 덧칠했다. 건담에 대한 사진이나 이미지, 원화, 동영상, 애니메이션 등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으며 특히 프라모델에 대한 애착이 커 그의 방은 건담으로 완전히 점령당했다.

 건담에 등장하는 유닛들을 대부분 소지하고 있으며 모양이 같은 지크로 대대를 형성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유닛을 모았다. 그의 수집품 중에 모양과 색, 크기가 같은 유닛에 번호만 다른 지크의 대대는 가히 장관이다.

이 외에도 수 백개에 이르는 건담 유닛이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으며 공간이 부족해 전시조차 못한 제품은 창고와 박스에 보관돼 있어 건담에 대한 그의 수집욕은 상상을 초월한다. 곽씨 방은 한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공간만 남은 상태고 자리를 못 찾은 건담들은 거실을 장악하고 이젠 부부 침실까지 점령 중이다.

“제가 수집한 것들을 지그시 보고 있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정신이 집중됩니다. 저에게 있어 이것들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어떤 선(禪)을 느낄 수 있는 도구입니다.”희귀한 제품들은 박스 포장을 뜯지 않고 개봉조차 하지 않는다. 너무나 아깝고 소중해서다. 건담을 모르고, 혹 잘 안다고 해도 일반인들은 포장도 뜯지 않는 그의 모습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마니아란 바로 곽주현씨 같은 사람들이다.

자신이 애타게 찾던 물건을 경매나 중고 상점에서 간신히 찾아 냈을 때의 기쁨과 흥분을 박스 그대로 보관하는 마음을 이해하기 어렵다면 하나에 미쳐 본 기억이 없는 사람일 뿐이다.

“예전에는 신제품이 적어 수집하기 쉬웠데 요즘은 너무 많은 물량이 쏟아져 나와 도저히 다 모을 수 없어요. 그래서 꼭 가지고 싶은 것만 모으고 있습니다.”

수입의 40%를 오로지 자신의 취미 생활을 위해 사용한다는 곽씨도 요즘의 물량 공세는 버겁다는 표정이다. 하지만 반드시 자신의 손에 쥐지 않아도 눈으로 보는 즐거움도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건담 외에도 콘솔 게임 ‘바이오하자드’의 열혈 팬으로 이 게임에 등장하는 총기류와 게임은 다 모았다. 또 자신의 취미와 관련된 모임에 소속돼 활동 중이다.

건담 수집가로서 그가 가장 고마워 하는 부분은 “과하게만 하지 말라”며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 그의 부인이다. 결혼 전부터 자신의 취미를 잘 알고 있었고 식을 올린 후부터 지금까지 큰 잔소리없이 옆에서 지켜봐 준 것에 대해 고마워 했다.

“건담은 끝까지 계속 수집할 생각입니다. 단순 계산을 하면 60살까지 이 취미를 꾸준히 가져가야 제가 생각하는 건담의 모든 것이 갖춰집니다. 하하하….”

큰 소리로 웃는 곽씨였지만 형형히 빛나는 그의 눈은 건담에 대한 애정으로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