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의 무서움을 새삼 느꼈다. 최근 고위 공직자가 도덕성 시비로 취임 사흘 만에 낙마한 일이 있었다.
각종 시민단체는 “판공비 과다 지출, 장남 병역 문제, 사외이사 겸직 문제 등으로 전 직장에서 중도 하차한 인물을 재기용한 건 잘못된 인사”라며 ‘철회’를 주장했다. 반면 청와대는 “그 같은 사실을 인정하지만 이미 전 직장에서 물러난 것으로 충분한 대가를 치렀다”며 “현 시점에서는 대학교육을 개혁해서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원안을 고수했다.
지금은 무엇보다도 ‘혁신’이 중요하고 조직 혁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게 참여정부가 그동안 고수해 온 입장이다. 이번 1·4 개각에서 오영교 전 KOTRA 사장을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발탁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 점에서 참여정부는 전 직장 재직시 대학 학생 정원 감축, 교수 성과평가제 도입 등 대학 개혁을 주도해 온 이 양반의 추진능력과 행정능력을 높게 평가했던 것 같다.
참여정부의 인사는 항상 네 가지 원칙에 입각해서 이뤄진다고 한다. 첫째가 적재적소의 원칙이고, 둘째는 투명공정의 원칙, 다음으로 통합성과 자율의 원칙, 마지막으로 균형의 원칙이다. 청와대는 먼저 적재적소 원칙을 생각하고 마지막에 조금씩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는데 이번 경우에도 비교적 이에 맞아 떨어졌다고 자평했었다.
때문에 청와대는 NGO들의 철회 요구에도 대변인부터 시작해 인사수석, 홍보수석,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 공직자를 변호(?)했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새로운 의혹이 불거져 나오면서 취임 사흘 만에 낙마하는 불명예를 남겼다.
이 파문은 당사자는 물론 그를 추천했던 인사에까지 확산됐고 급기야 청와대 핵심 참모 2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아무리 혁신적이고 능력 있는 인재라 할지라도 도덕성이 결여돼서는 중책을 맡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정치적인 배경은 차치하더라도 혁신과 성과주의가 우선으로 받아들여지는 이 사회에 아직 도덕성이 중시된다는 점에 희망을 걸어 본다.
경제과학부·주문정차장@전자신문, mj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