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럼]제조업에서 배우는 게임산업의 미래

 지난 97년 국내에 잘 알려진 제조업체의 사장이었던 친구와 함께 중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친구는 국내 인건비 상승을 우려해 중국 공장 이전을 고려중이었다. 국내에서 생산할 때에 비해 20% 정도 가격경쟁력이 발생했으므로 우선 물량의 50%를 중국에서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2001년 그와 함께 중국을 다시 방문했다. 중국산 원자재 값이 싸지기 시작하면서 중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인건비뿐만 아니라 제조원가에서도 절감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중국이 세계의 생산지이자 이를 바탕으로 한 경제발전을 통해 소비중심지로 떠오르면서 중국의 주요 생산공장은 점차 글로벌화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은 더는 질 좋은 공장에 주문을 넣을 수 없게 됐다. 국내시장을 전제로 한 제조업체들은 생산 기반 자체를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그 친구와 다시 중국을 방문했을 때 그 모든 것을 현실로 느낄 수 있었다. 대규모 생산기지로 떠오른 중국은 이제 더는 한국시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에 물건을 공급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다. 글로벌 기업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받기 시작했으며, 국내기업의 OEM은 저급 공장의 몫으로 넘어가 버렸다.

 콘텐츠산업은 누가 뭐라 해도 ‘미래의 제조업’이다.

 생산기반과 소비기반 그 어느 쪽도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기업이 어찌 미래를 꿈꾸겠는가.

 아직까지는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이 시장과 제작 두 가지 모두에서 국제 경쟁력을 지닌 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런 환경이 앞으로도 영구불변으로 유지될지에는 모두 의문을 단다.

 한국 온라인 게임이 성장하기 위한 숙제는 앞서 예로 든 제조업의 실패 사례를 거울삼아 소비시장으로서의 경쟁력이 역전되기 이전에 과감한 투자로 콘텐츠 제조 산업을 집중 육성, 세계시장에서 통할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연구할 수 있는 생산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일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미 온라인게임 소비시장 주도권은 미국과 중국에 역전되기 시작했고, 시장도 역전될 수밖에 없다.

 모든 게임관련 직종의 사람들이 그러하겠지만, 필자 역시 한국의 게임개발 산업이 국가 중추산업으로 자리잡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우리가 경쟁할 대상은 국내 기업이 아닌 엄청난 자금력과 시장을 가진 글로벌 회사들이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를 앞세워 안방까지 치고 들어온 미국 기업과 국내의 개발유통사를 인수한 중국 기업은 엄청난 잠재 시장을 배경으로 우리의 힘없는 작은 개발사들을 직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우리가 그동안 키워온 온라인 게임의 경쟁력과 앞으로도 성장시킬 수 있는 경쟁력의 핵심은 유통이 아닌 개발 경쟁력임을 명심했으면 한다.

 2005년에는 시장을 따라가는 방식이 아닌 과감한 투자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콘텐츠 개발 제작 인프라가 조성됐으면 한다. 이제 개인과 중소기업의 힘으로는 외부의 공세를 막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국가를 지키는 장수다. 장수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지만, 그 장수에게 모든 것을 책임지고 행하게 한다면 장수는 전쟁을 제대로 치를 수 없을 것이다. 장수들이 전장을 떠난다면, 결국 우리 젊은이와 미래를 밝혀 줄 100만명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 시장마저 빼앗겨 버릴지 모른다.

 우리의 장수들은 외국의 장수들에 비해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지만, 장수만으로 승리하는 전쟁은 없을 것이다.

 정부와 개발사 모두의 노력과 헌신으로 게임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 해가 되길 희망한다.

◆김동욱 크리엔트 사장 dwkim@crean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