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호수에 갇힌 쉬리를 끌어내자

우리는 지금 1만피트 상공에서 2만피트로 올라가기 위해 국가적 노력을 경주중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급가속력인데, 정부가 발표한 ‘신성장 동력’이 엔진에 해당한다. 작년만 해도 그 목표는 너무나 멀었지만 최근에는 환율인상 등에 힘입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이동전화 가입자가 3625만명(전체 인구의 75%),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1178만명(전체 가구의 76.8%)에 이르는 통신 강대국이다. 이만큼 발전하는 과정에서 IT경제가 성장했고 전체 경제도 높은 성장률을 구가했다. 그러나 달리 보면 이제 우리 통신서비스 시장은 포화상태에 달해 새로운 생산력 증대효과 기회는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새 경기변동을 주도할 ‘기술적 충격’이 필요한 때가 도래했다.

 200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IT산업은 전체 경제성장률에 50% 이상 기여했다. 그만큼 IT의 퇴조는 국가성장 동력의 상실과 직결된다. 우리나라 IT경제는 적은 부존자원과 과밀인구로 인해 고부가가치 해외 수출에 의존해 성장해야만 할 숙명의 경제구조여서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 산업화하고 해외 진출을 도모해야 한다. 더욱이 우리 IT 소비자들의 요구는 정점없이 높아져 개발자, 정책가, 사업자에게 부단한 창조적 파괴의 과정을 요구함으로써 그 어느나라보다 역동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한국형 IT 성장모델’이 잠재수요를 유효수요화할 기술 푸시가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또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시시각각 변해 기업들을 압박한다. 이동전화 가입자의 80%가 4년 이내에 단말기를 교체했고 그 산업쓰레기는 연간 1200만대에 달했다.

 이처럼 우리 경제는 정적으로 관찰해서는 본질적 실체를 파악할 수도 없고 새로운 비즈니스도 성공할 수가 없다. 소니, 올림푸스 등 일본 기업들이 우리나라 네티즌의 고도의 욕구와 능력, 역동성에 감탄해 ‘한국에서 성공해야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고 내린 결론은 무리가 아니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맑고 거센 물살을 역류하면서 체표로 물속에 용전된 산소를 흡수해 살아가는 역동적 ‘쉬리’였다. 그러나 어느 새 호수로 접어들고 만 것이다. 초고속의 성공 이후 새로운 기술 출현도, 산업화도 없이 그냥 5년을 보냈다.

 주부들조차 인터넷에서 오늘의 요리를 구상하고, 토익시험 후 다음날 새벽 2시면 모든 문제의 답안이 발표되고 시험장에서 휴대폰이 비밀병기가 되는 현실은 IT의 양면이다. GPS 좌표를 이용해 한강 고수부지에서도 자장면을 배달받을 수 있는 것은 e라이프의 대변화를 예고하는 서막에 불과하다.

 현재의 대중문화는 디지털로 탈바꿈하고 있다. 주식거래의 64%는 사이버 거래며 그 주역은 중년층 이상이다. 중년층이 IT혁명에 참여한다면 이제 IT시장을 세분해 바라봐야 할 때가 왔다. 중지를 모아 그 분할층마다 합당한 적용 가능 기술을 찾아내고 개발한다면 사그라드는 IT 경제를 다시 살릴 수 있다.

 광대역통합망(BcN)이나 국가 신성장동력도 마찬가지다. 수요자의 심층 연구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이 관건이다. 현재 우리는 한반도 반만년의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국운 상승기를 구가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대륙의 젊은이가 우리 문화에 열광하고, 일본 여성이 욘사마를 외치며, 미국과 일본 기업이 우리나라 소비자의 반응에 귀기울이며 제품을 준비하는 현상은 가히 기적이다. 결국 IT의 해외진출에 더없는 호기가 왔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쉬리’를 호수에서 끌어내는 일만 남았다. 창조의 열기에 충만한 벤처기업인들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솔루션과 기술·제품들을 묶어 새로운 서비스로 산업화하고, 이를 거대한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나 휴대인터넷(WiBro)에 함께 실어, 산소가 충만한 계곡의 차디찬 상류로 올라가야 한다.

 정부는 이정표만 제시하면 된다.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기술통합자(TI:Technology Integrator, 시장과 기술을 이해하면서 단위기술과 솔루션을 묶어 산업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테크노그라트)를 발굴해 IT경제의 구원투수로 삼는 것이 정부의 몫이다.

 지경용 ETRI 네트워크경제연구팀장 kyjee@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