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한국경제의 견인차 IT

지난해 9월 세계적인 경제전문지 포천은 ‘브로드밴드 원더랜드(Broadband Wonderland)’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브로드밴드 보급률이 75%에 달하는 한국이 앞으로 펼쳐질 디지털 세계에서 미국을 제치고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올 초 월스트리트저널에는 ‘휴대폰의 미래가 궁금하면 한국을 방문하라’는 기사가 게재되기도 했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세계가 ‘한국’ 하면 떠올리는 단어는 전쟁이었다. 그러나 전쟁의 폐허 속에서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냈고, 이제는 정보화 선도국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 비결이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우리가 가진 정보화에 대한 재능과 소질이 첫 번째 비결이다. 우리는 구텐베르크보다 63년이나 앞서 직지심경을 만들었고, 디지털 시대에 가장 적합한 한글을 독창적으로 만든 민족이다. 휴대폰 문자를 1분에 150타 이상 치는 ‘엄지족’도 세종대왕께서 창제한 한글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새로운 것에 대한 우리 국민의 높은 수용도다. 한 경제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22%가 소위 얼리 어답터로 분류되고, 특히 IT 제품에 대해서는 세계 최고의 얼리 어답터 비율을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세계 유수의 기업이 한국을 테스트 마켓으로 택하고, 우리 제품도 까다로운 한국 고객을 상대로 성공했다는 이유로 수출에 많은 득을 보고 있다.

 세 번째로는, 정부·기업 등 각 주체 간 역할 분담이 훌륭히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정부는 기술표준 선정, R&D 지원 등 후원자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했고, 서비스회사들은 과감한 투자와 소비자의 호응으로 시장을 급속도로 발전시켰다. 제조사들은 시장 활성화가 낳은 ‘규모의 경제’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활발한 수출을 펼쳐, 세계 휴대폰 시장점유율 상위 10개사 중 3개를 한국 기업이 차지할 정도로 세계 휴대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2005년 우리나라의 경제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내수 부진, 수출 둔화, 투자 정체 등 거시경제지표가 부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으며, 구조적인 저성장기의 시작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눈에 띈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전쟁, 오일쇼크, IMF 등 이보다 더한 위기도 극복해 낸 저력이 있다. 필자는 한국 IT분야의 급성장이 IMF 위기 극복의 견인차가 됐듯이 지금의 경기침체를 이겨낼 열쇠도 IT 분야에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기업은 자신감을 갖고 상호신뢰 속에 함께 뛰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보통신부가 공표한 IT 839 정책은 IT분야에서 기업과 정부가 함께 노력할 공동의 목표 영역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크다.

 정부는 기업들이 기업가 정신을 회복하고, 공정하게 경쟁해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정책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기업들은 한국경제에 대한 확신과 중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적극적인 투자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미래의 불확실성은 언제나 있는 것인데 이 때문에 꼭 해야 할 투자를 미룬다면, 당장의 이익을 위해 연못의 물을 말려 고기를 잡는 ‘갈택이어(竭澤而漁)’의 우를 범하는 것이다. 특히 IT분야 기업들은 우리의 정보화 잠재력과 IT시장의 무한한 성장성을 믿고 적극적인 혁신과 투자를 통해 위기 후에 반드시 오는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삼을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다.

 올해에는 DMB, 와이브로(휴대인터넷) 등 IT분야 새로운 서비스들이 시도되고, 벤처와 중소기업들에도 많은 기회가 창출될 것이다. 정보화를 선도해온 우리의 자부심을 바탕으로 정부, 기업, 소비자 등 각 주체가 합심해 힘껏 시너지를 발휘한다면 2005년 우리는 ‘IT 원더랜드’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 번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남중수 KTF 사장 jsnam@ktf.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