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으로부터 e메일을 한 통 받았다. ‘헤어졌던 친구를 만나게 해 줘서 고맙다’는 글이었다. 이 고객은 옥션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판매자와 연락을 취하게 되었고, 통성명을 하다가 절친했던 초등학교 동창인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동안 인터넷 동창회 사이트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생겼던 일들이 물건을 사고파는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통해서도 이뤄지고 있다. 어쩌면 이런 사례는 우연의 일치일 수 있으나,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거래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그들 사이에도 일종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렇게 원래 알고 있던 사람을 찾는 경우도 있지만, 인터넷 거래를 통해 판매자와 소비자로 만나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들은 처음에는 물건을 판매하고 구매하기 위해 다가오지만 차츰 상품에 대한 정보, 상품과 관련된 생활 경험담 등을 나누면서 서로 꼭 필요한 존재가 되어간다. 아기용 물티슈 판매자와 아기 엄마들, 김치 판매자와 주부고객들, 등산용품 판매자와 산악인들은 서로의 생활을 공유하면서 친구보다 자주 연락하는 ‘지인(知人)’이 된다. 이런 현상은 판매자를 구심점으로 하여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서 생겨나는 것으로, 지난해 큰 반향을 일으킨 ‘1인 미디어’ 개념이 전자상거래상으로까지 확대되고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상거래가 소수의 판매자로부터 다수의 소비자에게 가는 일방향적 방식이었다면, 최근의 온라인 상거래는 다수의 판매자와 소비자 간에 거미줄처럼 수많은 관계가 형성되고,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양과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사이버 시장은 판매자와 소비자의 구분까지도 무너뜨리며 수많은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또 이렇게 돈독해진 관계를 통해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에 신뢰가 형성되어 비대면 거래라는 전자상거래의 취약점도 상당히 해소할 수 있다. 세상이 편리해질수록 삶은 삭막하고 건조해질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안에서 나름의 따뜻함을 찾아내려 하고, 서로에게 기대고 싶어한다. 바야흐로 우리는 ‘거래’라는 무미건조한 단어 속에서도 새로운 인연에 대한 설렘을 덤으로 얻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최상기 옥션 홍보팀 차장 sweetpee@auct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