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AIST의 존재의미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요즘 로버트 러플린 총장의 ‘대학발전방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교수는 교수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보는 관점에 따라 시각차가 크다. 교수와 보직자는 총장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갈팡질팡 중심을 못 잡고 있다.

 특히 기획처장을 맡고 있는 박오옥 교수는 최근 보직 사퇴를 하며 KAIST 전체 교수에게 ‘총장께 드리는 마지막 고언’이라는 A4용지 1장 반 분량의 e메일을 보낸 뒤 일본으로 출장을 떠나 내부 갈등에 불을 붙였다. 러플린 총장이 인사권과 예산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는 어쨌거나 이 사퇴의 변을 통해 ‘KAIST를 세계적인 연구중심 대학으로 만들겠다던 약속을 벌써 잊었느냐’면서 ‘세계적 연구중심 대학 중에 대학원을 외면하고 학부중심인 곳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러플린 총장의 구상에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누가 옳고 그르냐는 것은 둘째 문제다. 주목해야 할 본질은 KAIST의 설립 목적이다. 왜 KAIST를 만들었느냐다.

 KAIST는 국립대가 아니다. 그렇다고 사립대도 아니다. 보통 대학에 붙어 다니는 ‘College’나 ‘University’라는 말은 KAIST 영문약자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특별법인으로 만들어 놓은 기관(특수대)이기 때문이다. KAIST의 미션도 산업계의 고급인력 공급과 국가과학기술 중흥 인력 양성이다.

 러플린 총장 말대로 KAIST가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모델을 지향하고 학생수 2만명을 보유한 종합대학으로 거듭나려면 설립 근거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 홍창선 의원은 최근 KAIST 총학생회에 보낸 e메일을 통해 “정부에서는 현재의 KAIST 발전 방향에 대해 여전히 대학원 중심의 연구중심 대학을 지향하도록 하는 데 이견이 없을 뿐더러 어떠한 방침도 갖고 있지 않다”며 걱정을 덜어주기도 했다.

 이 모든 상황은 당분간 가닥이 잡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화와 타협만이 엉킨 실타래를 푸는 최선의 대안이라는 데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

  대전=경제과학부·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