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 칼럼]`벤처꽃`시들지 않게 하자

 ‘고수익·고위험’ 벤처의 본래 모습이다. 성공률이 5%대라고 한다. 심지어 3%대 이하로 보는 이도 있다. 수치를 대입하면 더 분명해진다. 가령 20개 벤처기업이 있다고 치자. 이중 1개만 성공하고 나머지 19개는 실패한다는 것이다. 95% 이상이 실패하는 게 벤처의 얼굴이다.

 새해 들어 벤처업계가 차츰 활기를 되찾고 있다. 춘래불사춘이 아니다. 내수침체가 여전하지만 코스닥 시장은 강세다. 코스닥 거래대금이 1조9000억원을 넘어섰다. 대학창업 벤처 1호 기업은 엊그제 상장 첫날 2000억원대의 대박을 터트렸다. 작년 12월 이후 수백억원대의 벤처부호가 속출했다.

 이런 기류 때문인지 그동안 시름에 잠겨 있던 벤처인들은 의욕에 넘쳐 있다. 얼마 전 모임에서 만난 한 벤처인은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기업환경이 좋아지고 기업 기치가 올라갈 때 CEO 얼굴이 밝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일부에는 벤처 과열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물론 기우이길 바란다. 벤처가 기지개를 켜는 이 마당에 김새는 소리라며 나무랄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의 전철을 답습해 자칫 벤처활성화의 불을 꺼뜨리지 않을까 해서 나오는 말이다.

 지금 벤처업계는 정부의 벤처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재도약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재도약하려면 지난날 벤처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고수익의 천사만 보고 ‘묻지마 투자’를 하거나 코스닥 등록으로 한밑천 챙기려는 ‘한탕주의’가 나타나서는 안 된다. 거듭 말하건대 우리는 과거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러자면 지난 일을 성찰해 봐야 한다. 과거에도 벤처위기를 경고하는 시그널을 언론 등에서 내보냈지만 별로 귀기울이지 않았다.

 다시 벤처꽃을 피우려면 벤처인들은 초심을 잃지 말고 자기 역량을 키워야 한다. 코스닥 시장이 급등한다고 한탕주의에 젖어서는 안 된다. 성공대열에 서려면 기업 가치를 높여 자기만의 수익모델을 찾아야 한다. 기술력뿐만 아니라 마케팅력, 관리력, 자금력 등 업무통합 능력을 갖춰야 한다. 기술력만 있다고 성공할 수 없다. 그것도 원천기술이 아닌 응용기술과 도입기술을 가지고는 5% 안에 들기 어렵다. 장기적으로 글로벌 마케팅력을 키워 해외 수익모델을 창출할 때 비상할 수 있다.

 투자가들도 마찬가지다. 지난날과 같은 ‘묻지마 투자’를 경계해야 한다. 복권 구입하듯이 벤처투자를 해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꼼꼼히 따져보고 자로 재듯 투자해도 수익을 보장할 수 없다. 벤처는 투기가 아니다. 자금이 대거 몰리면 증기거품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한탕주의’에 매몰되면 분별력이 떨어진다.

 정부도 이제는 벤처정책에 시장원리를 확대 적용해야 한다. 건전한 투자환경을 조성해 주는 일이 정부 몫이다. 그동안 대통령도 수차례 벤처활성화를 강조해 왔다. 정부가 종합적인 처방책도 내놓았다. 이제는 정부 주도가 아닌 시장 주도로 벤처를 성장시켜야 할 시점이다. 과거 벤처기업 몇만개 육성 등의 구호에 그친 정부의 정책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를 되새겨야 할 것이다. 공도 많지만 벤처인의 도덕적 해이를 낳게 한 것은 과다.

 실패의 쓴 잔은 한 번으로 족하다. 긴 침체 터널을 지나 찾아온 벤처 호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벤처는 경제에 역동성을 주고 고용창출 효과도 크다. 능력 있는 자, 노력한 자가 성공한다는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가난의 대물림을 일시에 반전시켜야 한다. 다시 벤처꽃이 활짝 피게 하자. 벤처인, 투자가, 정부가 함께 해야 할 일이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