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진정한 `벤처 어게인`을 위해

 벤처업계의 을유년 새해는 시작부터 밝다. 작년 연말 발표된 ‘벤처 활성화 정책’으로 많은 벤처인이 다시 한 번 희망을 꿈꾸게 됐고,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 역시 맥락을 같이했다. 또한 최근 정부와 SW업계 최고경영자(CEO) 간 간담회에서도 정보통신부 장관은 올 한 해를 ‘SW 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이 모든 게 한 해를 희망으로 열 수 있게 해준 기쁜 소식들이다. 그동안 벤처기업을 포함해 대부분의 중소기업 종사자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지나오느라 모두 기진맥진해 있다. 기업에 쌓여 있던 잉여 영양분을 모두 소진하고 고사 위기에서 맞은 새해는 이렇게 밝고 힘차게 시작됐다.

 벤처기업은 그 정의부터가 ‘고위험 고수익’을 전제로 하는 사업이다. 장래성이 큰 아이템으로 사업을 잘 발전시키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반면 이에 따른 위험도 큰 사업이라는 뜻이다. 벤처를 시작하거나 벤처에 투자한 사람, 정책을 만드는 입안자 모두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선 위험성이 높은 사업인만큼 벤처인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고, 외형이나 겉치레보다는 내실경영에 힘써야 한다. 우리는 몇 년 전 뜨겁게 달아올랐던 벤처 열풍이 어떻게 식어갔는지, 또 그 결과가 얼마나 참담하고 많은 사람에게 아픔을 주었는지를 지켜보았다.

 또한 벤처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독특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기반으로 성공하려 하지 않고 외형과 형식에 치중하면 얼마나 빨리 우리가 갖고 있는 것들을 빼앗길 수 있는지도 잘 알고 있다. 지난 실패를 거울 삼아, 어렵게 마련된 모처럼의 기회를 조심스럽게 받아들여 정말로 벤처가 중흥할 수 있는 ‘벤처 어게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본다. 작년 연말 발표한 ‘벤처 활성화 정책’을 접한 성급한 벤처인 일부는 회사의 중장기적 계획이나 현재 상태와 무관하게 작년에 적자가 난 기업이라도 이렇게 기회가 왔을 때 빨리 코스닥에 상장해야 한다는 조급함을 갖는 것 같다. 이는 또 다시 부작용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코스닥은 잠재력 있는 회사가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한 단계 더 큰 도약을 위해 외부 자금이 필요할 때 기업 공개를 통해 자금도 마련하고 기업 부가가치를 사회와 공유하는 기회로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다면 코스닥 등록 후 회사가 정체상태에 빠져 수익률이 악화될 위험성이 있다.

 벤처 투자자들도 예전 같은 ‘묻지마식 투자’가 아니라 사업에 대한 비전과 수익을 신중히 따져보고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벤처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보았다는 피해자가 줄어들고, 벤처에 대한 선입관이 없어져 벤처에 애정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벤처 활성화를 위해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정책 입안자 수를 늘리고, 양을 키우기 위한 정책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글로벌 스타 기업이 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업체를 발굴해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단순한 금융 지원보다는 벤처가 건강히 자랄 수 있도록 체질을 바꿔주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 다시 말해 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정책이 필요한 시기다. 과거처럼 몇 개의 벤처를 탄생시키고 얼마를 쏟아 부었는지의 실적보다는 벤처가 경쟁력 있게 자생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마련하는 데 더욱 관심을 기울여주면 좋겠다.

 2005년은 벤처업계에 정말로 희망찬 새해다. 투자자와 정부, 벤처인 모두 같은 희망을 가슴에 품고 과거의 아픔을 거울 삼아 신중하게, 하지만 열정적으로 달려간다면 어렵게 찾아온 이 기회를 통해 벤처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웃을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이수정 이포넷 사장 sjlee@e4ne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