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선진 IT한국 건설의 지혜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 3일 “‘선진한국’으로 가는 전략지도를 만들자”는 발언에 대해 야당이 ‘선진한국’의 지적재산권을 주장하면서 ‘선진화’가 새해 벽두의 화두가 되었다. 선진화의 방법으로 청와대는 경제·제도·국민의식의 혁신을 주창하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법치주의·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전제조건임을 내세우고 있다는데, 그 미묘한 차이를 굳이 알고 싶지는 않다. 우리의 희망이 선진국 건설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선진화’가 앞서겠다는 뜻이라면 ‘선진국’은 당연히 다른 나라의 경제개발이나 문화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을 만큼 다방면으로 앞선 나라가 된다. 한 마디로 ‘부럽도록 잘사는 나라’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잘산다는 뜻은 무엇일까. 어떻게 살면 부럽게 비추어질까. 나는 잘사는 나라를 ‘살기 좋은 나라’로 정의한다. 흔히 선진국임을 규명하는 척도로 사용되는 1인당 국민소득 수준, 산업인구 구조비율, 자원의 개발상황, 국제정치관계 등은 과히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법과 제도가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지 못하고 더불어 사는 삶의 터전이 맑고 즐겁지 않다면 잘산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몸과 마음이 동시에 풍요로운 곳, 그래서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가 곧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겠는가.

 만약 IT전문가들이 선진한국의 선봉에 서서 IT전략지도를 그린다면 그 지도는 어떤 모습일까. 참여정부가 ‘정보통신 일등국가’ 건설을 목표로 출범한 지 어언 2년, 뒤이어 정부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해 IT839전략을 제안하고 추진하기 시작한 것도 이제 1년 가까이 된다. 올해 IT부문 수출목표는 무려 850억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가 선진한국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닐 것이다. 잘사는 나라 못지않게 살기 좋은 나라가 진정 일등국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최근 강조하기 시작한 ‘따뜻한 디지털세상’이 주는 어감이 오히려 포근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전략은 궁극적 목표를 전제로 한다. 그래야 목표달성을 위한 방향이 설정될 수 있으며 그 방향으로 달려가기 위한 전략지도의 제작이 가능하다. 나는 선진 IT한국 건설을 목표로, ‘비전·선도·소신’을 정책연구 3대 원리로 삼고 있다. 아울러 IT정책 개발을 위한 5가지 방향을 제안하고 싶다.

 첫째는 ‘성장’이다. 일단은 잘살도록 만들자는 취지다. 성장 지향적 관점에서 볼 때, IT839 전략은 훌륭한 전략지도가 된다. 둘째는 ‘복지’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사이버 세상, 모두가 IT를 누리는 정보사회, 정보인권이 존중되는 민주국가, 그래서 온 국민이 행복한 디지털 국가를 건설하기 위함이다. 셋째는 ‘국제’다. 지구촌 시대에서는 넓게 보는 글로벌 전략만이 현실적인 전략이 된다. 따라서 각종 IT전략은 당연히 국제무대를 고려해야 한다. 넷째는 ‘통일’이다. 한반도가 하나되는 모습을 그려 나가지 않으면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민족의 운명인 까닭이다. 마지막 다섯째는 ‘미래’다. 멀리 보지 못하면 전략이 될 수 없지 않은가. 즉 선진 IT한국의 모습을 ‘성장·복지·국제·통일·미래’라는 5가지 시각에서 조화롭게 그려보자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사실은 ‘미래’가 가장 중요하다. 전략지도란 미래에 대한 꿈을 실현하는 현실적 대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선 꿈을 꾸어야 한다. 직장·가정·교육·교통·의료·환경·국민경제·공공부문 등에서 세계가 부러워하도록 이상적인 우리 삶의 현장을 미리 꿈꾸며 설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코리아 메가트렌드’를 연구하고 디지털 한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존재 의미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선진한국을 IT관점에서만 볼 수는 없으리라. IT는 선진국을 향한 필요조건으로서 기술문명일 따름이다. 따뜻한 세상, 친절한 사회, 베풀 줄 아는 좋은 나라는 우리 모두 열심히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 순간 갑자기 “잠꾸러기 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는 동요 가사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이주헌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johnhlee@kisdi.re.kr